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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한 마리가 사무실을 휘젓는다. 오락가락하는 품이 마치 잡아보라는 듯. 모기 때문에 갖다 둔 '에프킬라'가 퍼뜩 떠올랐다. 칙~. 독약 소나기 맞고도 쌩쌩 날아다닌다 싶던 놈이 갑자기 책상 구석에 맥없이 늘어졌다. 일하며 간간이 눈 돌릴 때마다 꼬무락거리기를 자그마치 예닐곱 시간….

신문 기사라면 이렇게 표현하려나. '에프킬라 세례를 받은 파리는 6~7시간에 달하도록 숨이 붙어 있었다.' 이 '달하다'는 많거나 크다는 말맛이 있다. '칭화대의 올해 예산은 서울대의 약 6.7배에 달한다' '수십 곳에 달하는 기업이 진지하게 인수를 검토' 같은 문장에서 보듯이. 말로 하면 '서울대의 약 6.7배나 된다' '한 자릿수가 훨씬 넘는 기업이'라 할 만한데. 신문은 이런 식으로 잘 쓰지 않는다. 조사 '나'와 부사 '훨씬' 따위에 일정 수준을 넘어선다는 뜻이 있어 객관성을 해친다 여기기 때문일 터. 언론에서 천편일률로 쓰는 '달하다'에는 그걸 피하려는 뜻이 담겼음 직하다.

문제는 그런다고 객관적일 수 없다는 점. 앞에서 본 대로 '달하다'가 정도 이상이라는 어감을 주기 때문이다. '아프리카 보츠와나에서 2492캐럿(498.4g)에 달하는 다이아몬드가 발견돼' '농작물 침수 면적이 여의도의 약 120배에 달하고'에 '어느 정도를 넘어서지 못함'을 말하는 '불과(不過)하다'나 '그치다'를 대신 쓰면 얼토당토않다는 데서 역으로 알 수 있다.

우리가 말할 때는 '달하다'를 도통 쓰지 않는 점도 걸린다. 누가 '인천공항은 컨베이어 벨트 길이가 140㎞나 된다'고 하지 '인천공항은 ~ 140㎞에 달한다'고 하는가. 현대 국어 걸음마 때부터 강조해 온 '언문일치(言文一致)'가 여전히 머나머니, 다들 짚어보고 고민할 일이다.

흠 많은 '달하다'에 매이지 말고 일상적 말투도 좀 활용하면 어떨까. 마땅치 않다면 이도 저도 쓰지 말자. '예산이 서울대의 약 6.7배다' '검토한 기업이 수십 곳이다' '벨트 길이가 140㎞다'처럼. 군더더기 없애고 객관성은 살리고…. 기고자 : 양해원 글지기 대표
장르 :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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