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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 키즈카페·돌봄센터 운영… '아빠 육아휴직 수당'(최대 6개월)도 지급

지난달 27일 경기도 하남시 감일동행정복지센터 4층으로 올라가자 '감일 아이사랑 놀이터'라는 간판이 나타났다. 안에 들어서자 184㎡ 공간에 각종 블록과 미끄럼틀, 주방 놀이 세트 등 아이들을 위한 놀이 기구와 장난감이 가득했다. 아직 걸음마를 떼지 못한 아기부터 재잘거리며 뛰어다니는 아이까지 노느라 정신이 없었다.

이곳은 만 5세 이하 미취학 자녀를 둔 하남시 거주자와 직장인을 위한 '공공 키즈 카페'다. 이용료는 무료다. 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오전 10시~11시 30분, 오후 1시 30분~3시, 오후 3시 30분~5시 세 차례에 나눠 '손님'을 받는다. 아이와 보호자를 합쳐 한 번에 30명씩 이용할 수 있다.

김민수(37)씨는 이날 19개월 딸 채빈이를 데리고 놀이터를 찾았다. 김씨는 "오늘 일을 안 하는 날이라 집에서 아내가 쉴 수 있도록 아이를 데리고 나왔다"며 "민간 키즈 카페에 자주 가면 비용이 부담되는데, 무료에다 민간 시설 못지않게 잘돼 있어 거의 매주 오고 있다"고 했다. 17개월 딸 나은이를 데리고 온 주부 박희경(38)씨는 "키즈 카페는 대부분 어느 정도 큰 아이들을 위한 경우가 많은데, 여긴 유아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매일 오고 있다"며 "장난감도 주기적으로 바꿔줘 자주 오는데도 아이가 흥미를 잃지 않는다"고 했다. 세 살 딸과 한 살 아들을 둔 김효은(33)씨는 "시설도 좋고 무료라 자주 온다"며 "아이들도 정말 좋아해 집으로 돌아갈 때마다 '또 오자'고 조른다"고 했다.

하남시는 이곳 감일점을 포함해 두 곳에 공공 키즈 카페를 운영하고 있다. 감일점은 작년 4월, 미사점은 올해 4월 문을 열었다. 두 곳의 올해 1~5월 누적 이용객은 1만5954명을 기록했다.

키즈 카페에 딸린 50㎡의 미디어 놀이실에선 2~4세 유아를 대상으로 한 체육 프로그램이 한창이었다. "다 함께 점프, 점프" 노래가 나오자 아이들이 바닥에 흩어져 있는 수수깡을 집어 2개의 바구니에 담는 운동을 하기 시작했다. 김용환 하남시 육아종합지원센터 가정양육지원팀 팀장은 "체육 활동 외에 부모와 아이가 함께 참여하는 애착 스킨십, 천연 공예, 요리 수업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고 했다.

같은 날 하남시 풍산동 미사강변동일하이빌아파트 커뮤니티센터 1층. '다함께돌봄센터 미사강변동일하이빌점'에서 초등학생 다섯 명이 돌봄 교사와 인형 만드는 놀이를 하고 있었다. 이 센터는 학기 중에는 오후 1시부터 7시까지, 방학 중에는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다양한 방과 후 돌봄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초등학교 정규 교육 이외의 시간 동안에도 돌봄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취지다. 이용료는 이용 시간에 따라 월 2만~3만원 수준이다. 김기호 센터장은 "아이들이 방과 후 학원을 다녀도 중간중간 비는 시간이 있는데, 센터에서 이런 시간을 채워줄 수 있다"며 "학부모들 반응이 굉장히 좋다"고 했다.

방과 후에 초등학생을 돌보는 부담은 우리나라에서 육아를 어렵게 만드는 대표적 문제 중 하나로 꼽힌다. 하남시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2019년 1호점인 이곳을 시작으로 현재 총 13곳의 다함께돌봄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아파트 유휴 공간과 공공 청사 등을 활용해 원도심과 미사, 감일, 위례 등 생활권별로 센터를 계속 늘리는 중이다. 올해 5월 기준 총 386명의 아동이 이용 중이다. 운영에 필요한 인건비와 프로그램 예산은 센터당 평균 약 1억7000만원으로, 하남시와 경기도가 함께 부담하고 있다. 방과 후 아이를 혼자 두기 어려운 가정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는 평가다. 센터 13곳 중 4곳에서는 오전 7시~오전 9시까지 간식을 주며 등교 준비를 도와주는 '아침 돌봄 사업'도 함께 운영하고 있다.

하남시가 아이 키우기 좋은 환경 조성에 공을 들이는 것은 시에 육아 가정이 많기 때문이다. 하남시는 아이들이 많은 활기찬 도시다. 출생아 수는 2014년 1212명에서 지난해 약 2000명으로 껑충 뛰었다. 유소년 인구(0~14세) 비율도 14.1%로 전국 평균(10.6%)을 웃돈다.

시는 출산부터 촘촘한 양육 지원 체계를 만들고 있다. 첫째를 낳으면 50만원, 둘째는 100만원, 셋째는 200만원의 출산 장려금을 준다. 넷째는 1000만원, 다섯째 이상은 2000만원이 4년에 걸쳐 분할 지급된다. 출생아 한 명당 100만원의 산후조리비를 주고 있고, 남성 육아휴직자에게는 중앙 정부에서 나오는 육아휴직 급여와는 별개로 월 30만원씩 최대 6개월간 '아빠 육아휴직 수당'을 지급한다. 여성에 비해 저조한 남성의 육아휴직 사용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다.

보육·교육 인프라도 계속 늘리고 있다. 시는 총사업비 291억원을 투입해 풍산동에 지하 2층, 지상 5층 규모의 어린이회관을 만들고 있다. 공공형 키즈 카페, 실내 놀이터, 전시 공간, 풋살장, 놀이 체험실 등이 들어선다. 내년에 문을 열 예정이다. 망월동에는 내년 개관을 목표로 지하 1층, 지상 4층 규모의 '어린이 영어 특화 도서관'을 짓고 있다. 어린이·유아 자료실, 영어 특화 자료실, 체험 공간 등이 들어선다. 이현재 하남시장은 "아이 한 명이 건강하게 자라 다음 세대로 이어지려면 가정뿐 아니라 지역사회 전체의 노력이 필요하다"며 "아이들은 행복하게 뛰놀고 부모는 믿고 맡길 수 있는 지속 가능한 도시를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기고자 : 하남=곽래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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