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종이신문보기

출근길에 이례적으로 입장 밝혀
＂바람직한 방향 국회와 계속 협의＂
법조계 ＂사실상 반대 내비친 것＂

조희대 대법원장이 5일 더불어민주당이 추진 중인 '대법관 증원법'에 대해 "공론의 장이 마련되길 희망한다"고 했다. 조 대법원장이 현안에 대해 직접 입장을 밝힌 것은 이례적인 일로, 법조계에서는 "사실상 대법관 증원법을 반대한다는 입장을 완곡히 드러낸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조 대법원장은 이날 오전 출근길에 "헌법과 법률이 예정한 대법원의 본래 기능이 무엇인지, 또 국민을 위해 가장 바람직한 (상고심) 개편 방법이 무엇인지 국회에 설명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조 대법원장은 이재명 대통령이 늘어나는 대법관 전원을 임명하게 되는 것에 대해선 "법원행정처를 통해 국회와 계속 협의할 생각"이라 했고, 상고심 재판 지연 문제에 대해선 "국가의 백년대계가 걸린 문제이니 계속 논의하겠다"고 했다.

조 대법원장은 그동안 출근길 발언을 자제해 왔다. 앞서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이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심리할 때도, 취재진 질문에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이날도 조 대법원장은 처음에는 질문을 받지 않고 청사에 들어가려다가, 발걸음을 돌려 입장을 밝혔다. 법조계 관계자는 "대법관 증원은 사법부나 국회 중 어느 한쪽이 단독으로 결정할 수 없는 사안이라는 점을 내비친 것"이라며 "국민의 재판받을 권리와 직결된 문제인 만큼, 속도전보다는 사회적 공감대를 위해 국회와 소통하겠다는 의지를 강조한 것"이라고 했다.

대법관을 기존 14명에서 30명으로 늘리는 내용의 법원조직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 이 대통령은 임기 중 대법원장을 포함해 대법관 10명, 증원되는 대법관 16명을 새로 임명할 수 있게 된다.

대법원은 대법관을 단순 증원하는 것보다 상고심 제도 전반의 개선 방향을 숙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대법원 관계자는 "대법관 수를 늘리면 재판연구원 규모나 소부·전원합의체 운영 방식 등은 어떻게 해야 할지 뒤따라 논의해야 할 것이 많다"며 "섣불리 대법관 수를 늘리는 것보다, 재판 지연 등 상고심 제도의 문제점을 어떻게 개선할지 먼저 큰 틀에서 논의해야 한다"고 했다. 또 "미리 대법관 수를 못 박아두고 제도를 손질하기보다는, 상고심의 개선 방향을 논의해 그에 맞춰 정원을 늘리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했다.

대법원은 개정안에 대한 의견서를 국회에 제출하기 위해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행정처 관계자는 "그간 대법원이 자체 연구한 상고심 제도의 문제와 개선안, 해외 사례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최대한 빠른 시일 내 의견서를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기고자 : 박혜연 기자
본문자수 : 934
표/그림/사진 유무 : 있음
웹편집 :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