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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타너스

밤에도 푸르구나

여름이 온다

プラタナス夜も綠なる夏は來ぬ

여름이 오는 신호로는 몇 가지가 있다. 한낮에 목덜미로 후끈하게 불어오는 바람. 등허리를 축축하게 적시는 땀방울. 냉장고에서 꺼낸 시원한 물이 목을 타고 넘어갈 때 드는 청량감. 그리고 한밤에도 싱그러운 푸른 가로수.

하이쿠 시인 이시다 하쿄(石田波鄕, 1913~1969)는 고향 마쓰야마에서 도쿄로 올라온 열아홉 살에 도시의 플라타너스를 바라보며 이 시를 썼다. 누구에게나 청춘의 한구석에는 이런 빛깔이 있지 않을까. 밤늦도록 거리를 쏘다니다가 올려다본 나무가 어둠에도 지지 않고 여전히 푸르렀던 기억. 그 나무 아래로 불어오는 밤바람의 향긋한 내음. 인생에서 축제라고 부를 만한 시기는 그런 여름과 함께 찾아오는지도 모른다.

우리는 다가오는 여름 향기를 맡으며 큰 축제를 함께 치렀다. 나는 선거를, 축제라고 부르고 싶다. 한 나라의 국민이 다 같이 하나의 행사에 참여하는 일은 그리 많지 않을 테니까 말이다.

이웃 나라 일본에서도 무슨 일인가 싶어 관심 있게 지켜보는 모습이었다. 그들은 일평생 자기 손으로는 자기 나라 수장을 뽑지 않는다. 지지하는 정당을 뽑기는 하지만 수상은 최대 다수 정당이 내부에서 논의하여 선출한다. 그마저도 지난 5월 12일 NHK에서 실시한 정당 지지도 설문조사에서는 다수당인 자민당 지지율이 26%인 데 반해 지지하는 정당 없음이라고 대답한 사람이 38%로 가장 높았다. 국민이 정치에 큰 관심 없이, 혹은 정치에 기대하지 않고 살아가는 이웃 나라에서 보기에는 신기할지도 모르겠다.

전 국민의 80%가 내가 지지하는 사람, 혹은 정당을 뽑기 위해 투표소로 향했다. 각자가 믿는 정치를 위해 한 표를 행사한 이 전 국민적 이벤트는 여름 축제였다. 다들 가뿐한 마음으로 투표장에 가서 빨간 열매 한 알을 원하는 자리에 맺고 돌아왔다. 그리고 밤새 자기가 응원하는 정치인이 당선되기를 가슴 졸이며 기다렸다.

다만, 이번 한국의 대통령 선거를 전하는 일본 기사에서 '분단(分斷)'이라는 단어가 눈에 많이 띈 것이 조금 씁쓸했다. 우리는 분단이라는 단어를 남과 북에만 사용하지만, 일본에서는 여러 차원의 분열 혹은 단절을 분단이라는 단어로 쓰고 있었다. 이번 선거를 통해 한국이 동과 서, 남과 여, 젊은 세대와 늙은 세대에서 '내적 분단'이 심화하는 경향을 보였다고 일본 언론은 진단했다. 분단이라, 그 정도는 아닌데 말이다. 이제 우리는, 우리의 몸을 나누고 가르는 분단을 극복하고, 푸른 여름을 향해 함께 나아갈 때가 아닐까. 기고자 : 정수윤 작가·번역가
장르 :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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