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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미디어서 잇따른 맹비난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서 최근 퇴임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가 트럼프 대통령이 추진하는 대규모 감세 법안을 노골적으로 비판했다. 한때 트럼프의 '1호 친구'로 불렸던 머스크가 이 법안이 "크고 아름답다"며 연일 자화자찬하는 트럼프에게 정면으로 반기를 든 것이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이 돌발적인 분노 표출이 머스크와 트럼프의 관계를 파괴할 수도 있다"고 했다. 머스크는 지난 1월 출범한 트럼프 행정부의 정부효율부(DOGE) 수장을 맡아 정부 구조 조정을 주도했지만, 퇴임 시점에는 감세 법안을 비판하며 트럼프와 관계가 냉랭해진 상태다.

머스크는 3일 소셜미디어에 열 개가 넘는 게시물을 직접 올리거나 공유하며 지난달 하원을 통과한 감세 법안을 비판했다. 그는 "미안하지만 더는 참을 수 없다"면서 "이 거대하고, 터무니없고, 군살로 가득 찬 지출 법안은 역겹고 혐오스러운 것(a disgusting abomination)"이라고 했다. 또 "법안에 찬성표를 던진 사람들은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면서 "스스로도 잘못했다는 걸 알고 있을 것"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미처 분이 풀리지 않았다는 듯 4분 만에 다시 올린 게시물에서는 "이 법안은 이미 거대한 재정 적자를 2조5000억달러(약 3300조원)로 엄청나게 증가시킬 것이며, 미국 시민에게 감당할 수 없을 만큼 파괴적인 부채 부담을 지우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의회가 미국을 파산으로 몰아넣고 있다", "내년 11월 우리는 미국 국민을 배신한 모든 정치인을 해고한다"고 했다. 2026년 11월에는 총선 격인 미국 중간선거가 열린다. 뉴욕타임스는 "특정 의원을 지목하지는 않았지만 머스크는 이 법안을 지지한 의원들을 선거를 통해 축출하려는 움직임을 지지할 수도 있음을 암시했다"고 분석했다.

머스크가 비판한 법안은 세금을 대폭 삭감하고, 불법 이민자 단속 등에 더 많은 예산을 배정해 결과적으로 정부 지출을 늘리는 내용을 담았다. 트럼프는 재정 건전성 악화를 이유로 반대하는 일부 공화당 의원을 향해 "배신"이라고 압박하며 다음 달 4일까지 상원을 통과시키라고 요구하고 있다. 현재 공화당은 상원에서 53석을 확보해 47석을 가진 민주당에 앞서 있다. 그러나 4명 이상 '반란표'가 나오면 법안이 부결될 수 있다. 실제로 이날 머스크가 게시물을 연달아 올리자 공화당 랜드 폴(켄터키)과 마이크 리(유타) 상원 의원이 이를 공유하며 동조했다.

경제 전문가들도 법안이 미국의 국가 부채 문제를 악화시킬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비영리단체 보고서를 인용해 이 법안이 시행 이후 10년간 연방 정부 부채를 약 3조달러 증가시킬 수 있다고 전했다. 연방 정부의 이자 지출이 이미 지나치다는 지적도 있다. 미 재무부 등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정부가 국채 이자로 지출한 금액은 1조1330억달러로 올해 국방비(8500억달러)보다 많다.

일각에서는 이번 법안에서 전기차 구매를 장려하기 위한 보조금과 세액공제가 빠진 점이 전기차 업체 경영자인 머스크를 화나게 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인터넷 매체 액시오스는 "머스크는 전기차 세액공제를 법안에 포함하기 위해 최소 24만달러를 로비에 사용했는데 아무 성과도 내지 못했다"고 했다.

캐럴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머스크의 발언에 대해 "대통령은 머스크가 이 법안에 대해 가진 입장을 알고 있지만 의견을 바꾸지 않을 것"이라면서 "이 법안은 크고 아름답다"며 재차 강조했다. 하원에서 법안 통과를 주도한 마이크 존슨(공화당) 하원 의장은 "머스크는 법안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고 매우 실망스럽다"고 했다. 아직 트럼프가 머스크를 겨냥해 직접 포문을 열지는 않았지만, 두 사람의 관계가 깨지는 건 시간문제라는 시선도 있다. 머스크는 이미 지난달 20일 "정치 후원금을 대폭 줄이겠다"고 선언했고, 27일엔 "법안이 크거나 아름다울 수 있지만 둘 다일 수 있는지는 모르겠다"며 트럼프에게 등을 돌렸다.

☞어바머네이션(abomination)

매우 불쾌하거나 도덕적으로 용납할 수 없는 혐오스러운 것을 의미한다. 증오·혐오를 뜻하는 라틴어 abominatio에서 유래한 것으로 알려졌다. 옥스퍼드 사전에 따르면 중세 영어에서 쓰이기 시작했고 문헌에는 1350년 전후부터 등장한다. 기고자 : 뉴욕=윤주헌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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