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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속 드러나는 '드론 작전'의 힘

우크라이나가 지난 1일 러시아 공군 기지에 퍼부은 드론 공습, 일명 '거미줄(Spiderweb) 작전'이 러시아 공군 전략 폭격기를 다수 파괴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현재 운용 가능한 장거리 폭격기의 약 20%가 손상돼 이 중 상당수가 복구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름 50㎝ 안팎의 소형 드론이 한 대 수천억 원짜리 폭격기들을 무용지물로 만든 것으로, 현대전에서 드론의 위력을 명확히 보여줬다는 평가다. 러시아가 '안전 지역'으로 여겼던 본토 깊숙한 곳도 뚫릴 수 있다는 취약성도 드러났다. 우크라이나는 3일에는 크림반도와 러시아를 잇는 '크림대교'를 공격하며 러시아를 연속 타격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등은 4일 "우크라이나가 1일 감행한 드론 작전으로 러시아군 장거리 폭격기 120여 대 중 약 20%가 파괴되거나 손상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우크라이나가 주장한 34%보다는 적지만, FT는 "이것만으로도 상당한 피해"라고 전했다.

이번 작전은 우크라이나에서 수천㎞ 떨어진 러시아 공군 기지 4곳 인근에 밀반입한 드론을 은밀히 보내 놓은 뒤 한날한시에 일제히 출격시키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공격에 쓰인 드론은 우크라이나 방산업체가 생산한 '오사(우크라이나어로 '말벌')'라는 모델로, 3㎏가량의 폭발물을 시속 144㎞의 속도로 나를 수 있다. 휴대전화로 조작 가능하고, 대당 가격은 2000달러(약 270만원)로 알려졌다.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본토 내에서 대규모 드론 작전을 펼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르쿠츠크의 벨라야 기지 등 4곳이 집중 타격을 받아 지상에 노출돼 있던 폭격기와 장비가 파손됐다. 우크라이나 보안국(SBU)은 자국 주요 도시를 타격해 온 러시아의 전략 폭격기를 의도적으로 겨냥해 18개월에 걸쳐 작전을 준비했다.

군사 전문가들의 위성사진 분석에 따르면, 이번 작전으로 핵무기 탑재가 가능한 투폴레프 Tu-95, Tu-22M3 전략 폭격기 중 최소 10~12대가 완전히 파괴되거나 심각한 손상을 입었다. 이 밖에도 여러 대가 출격 불능 상태가 된 것으로 추정된다. 모두 옛 소련 시절 개발돼 현재는 생산이 중단된 구형 기체로, 대체가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카네기국제평화재단 전문가들은 "러시아의 원거리 정밀 타격 능력에 큰 손실이 발생했다"고 평가했다. 러시아 매체들은 정부를 비판했다. 러시아 군사 전문 매체들은 "대체 불가능한 폭격기들을 지상에 방치한 건 사보타주(파괴 공작)에 가깝다"며 "수십 년이 지나도 손실을 복구하기 힘들 것"이라고 했다.

우크라이나는 3일엔 크림반도를 러시아 본토와 연결하는 크림대교(케르치 대교)도 타격했다. 이 다리는 2014년 크림 병합 이후 이곳에 진주한 러시아군의 핵심 보급로로 쓰여 왔다. 다리가 무너지지는 않았지만, 차량 통행이 일시 중단됐다가 공격 11시간 만에 재개됐다.

전문가들은 우크라이나의 연이은 이번 공격을 단순한 보복을 넘어 러시아의 협상 태도를 바꾸려는 '전략적 한 수'로 보고 있다. 우크라이나 정책 연구소 라줌코우센터의 전문가는 FT에 "러시아가 전쟁을 수년간 지속할 수 있다고 호언하고 있지만, 과연 이런 손실을 계속 감수할 준비가 돼 있는지 자문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다만 러시아의 협상 태도가 당장 바뀔 조짐은 보이지 않고 있다. 양국은 전날 튀르키예 이스탄불에서 열린 2차 협상에서 포로 교환을 제외한 대부분 사안에서 의견 차를 좁히지 못하고 1시간 만에 대화를 종료했다.

☞장거리 전략 폭격기

최소 수천㎞를 비행해 지상으로 폭탄·미사일을 투하할 수 있는 대형 폭격기(Bomber). 공중전을 주로 하는 전투기, 지상 공격이 가능한 전투기인 전폭기와는 다른 종류의 군용기다. 본래 핵탄두 탑재 폭탄과 미사일을 쏘기 위해 개발됐으나, 러시아는 현재 탄도미사일이나 순항미사일을 높은 고도에서 쏘아 사정거리를 늘리는 데 활용하고 있다.

[그래픽] 우크라이나의 '거미줄 작전' 공습 과정 기고자 : 파리=정철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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