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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백악관 ＂中 개입 우려＂ 메시지
中외교부 ＂이간질 멈춰라＂ 반발

미국 백악관은 3일 이재명 대통령 당선과 관련해 "한국은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를 치렀다"면서 "미국은 전 세계 민주주의 국가에 대한 중국의 개입과 영향력 행사에 여전히 우려하며 반대한다"고 했다. 동맹국의 대통령 선출을 축하하는 첫 메시지를 내면서 제3국인 중국을 언급한 것은 이례적이다. 미·중 패권 전쟁이 격화하는 가운데 중국과의 관계도 개선하겠다는 이재명 정부의 외교 기조에 대한 우려를 우회적으로 드러낸 발언이란 분석이 나온다.

이런 발언이 공개된 후 중국은 "미국은 중·한 관계 이간질을 중단하라"며 즉각 맞받아쳤다. 중국 린젠 외교부 대변인은 4일 백악관의 중국 언급에 대해 "중국은 늘 내정 불간섭 원칙을 견지했고 다른 나라 내정을 간섭한 적이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대통령 후보 시절 "미국·중국 모두와 관계를 잘 관리해야 한다"고 해왔던 이 대통령이 취임한 첫날부터 미·중이 '한반도 간섭'을 두고 날 선 구두(口頭) 공방을 벌인 것이다.

백악관이 동맹국인 한국 대통령 당선 축하 메시지에 '중국'을 넣은 것은 전례를 찾기 어려운 일로 알려졌다. '중국'이 언급된 배경으로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핵심 지지층인 강경 '매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인사들의 목소리가 반영됐을 가능성이 거론된다. 한편으론 우방국에 확실히 '중국 아닌 미국 편에 서라'고 요구해 온 미 정부의 최근 기조와 일맥상통하는 측면도 있다. 지난 1월 2기가 출범한 트럼프 정부는 한국 등 우방국이 미·중 양국과 두루 잘 지내겠다는 이른바 '안미경중(安美經中·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 기조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 왔다.

트럼프 행정부가 이런 입장을 조만간 이재명 정부에 직접적으로 전할 가능성도 크다.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 장관은 지난달 31일 아시아안보회의에서 "많은 국가가 대중 경제 협력, 대미 국방 협력을 모두 추구하려는 유혹에 빠지는 것을 안다"면서 "대중 경제 의존은 긴장 또는 갈등의 시기에 중국의 악의적 영향력을 심화하고 결정 공간을 복잡하게 만든다"고 말했다. 미국은 또 주한 미군의 역할을 '북한 억제'에서 '중국 억제'로 확대하는 문제 등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관련 논의를 본격화하겠다는 뜻을 거듭 밝혀왔다. 신범철 전 국방부 차관은 "대중 압박 정책에 동참하라는 미국의 요구 수위가 높아지고 있으며, 이는 새 정부의 최대 외교 현안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트럼프 미 대통령과 첫 정상 통화를 하지 못했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시차 문제로 통화가 어렵게 됐다"면서 "이와 관련한 조율은 계속 진행 중에 있다"고 말했다. 대통령이 당선증을 받은 당일 동맹인 미국 대통령과 통화를 하지 못한 것은 이례적인 일로 알려졌다. 윤석열 전 대통령은 당선 당일 오전 당시 조 바이든 미 대통령과 통화를 했고, 문재인 전 대통령도 당선 당일 오후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했었다.

외교가에선 "트럼프 행정부가 이재명 정부에 부정적인 시그널을 준 것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 이재명 정부는 이날 대통령 취임식에 주한 미국 대사와 주한미군사령관을 초청하지 않았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2017년 약식 취임식을 하면서도 미 대사와 주한미군사령관을 초대했었다. 미 측 소식통은 "이재명 정부가 미국과 거리를 두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내부적으로 나왔다"고 했다. 이 대통령이 대북 유화파인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을 신임 국정원장 후보자로 지명한 것도 현 미 측 대북 기조와 온도 차가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중국은 반면 미국과 무역 전쟁 등으로 충돌하는 가운데 주변국인 한국과의 관계 개선을 적극적으로 모색하며 국제사회 고립을 피하려 하고 있다. 한중 관계는 2016년 사드 사태와 2020~2022년 중국의 코로나 봉쇄로 장기간 경색됐고, 윤석열 정부의 한·미·일 3각 공조 기조 속에서 긴장이 고조돼 왔다. 한국의 정권 교체와 하반기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 회의 기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한국 방문 등을 계기로 한국과 관계 개선을 모색하려는 중국 입장에선 이 대통령 취임 첫날부터 나온 미국의 '중국 개입 우려' 발언이 껄끄러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날 린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한국에 새 정부가 들어서면 한중 관계가 개선될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중·한 관계 발전의 근원은 쌍방의 공동 이익이고, 제3자(미국)를 겨냥하지 않으며 제3자로 인해 영향 받지도 않는다"면서 "한국과 함께 양국 관계의 건강하고 안정적인 발전을 추진하고자 한다"고 했다.

한편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이날 이재명 대통령에게 보낸 당선 축하 전문(電文)에서 "나는 중·한 관계 발전을 고도로 중시한다"고 했다. 2022년 윤석열 당시 대통령 당선인에게 보낸 축전에선 언급하지 않았던 문구로, 시진핑의 한중 관계 개선 의지를 보여준다는 평가가 나온다. 시진핑은 또 "세계에 백 년 만에 큰 변화가 가속하는 가운데 국제·지역 형세의 불확실 요인이 늘어나고 있다"면서 "세계와 지역의 중요 국가로서 중국은 한국과 함께 수교의 초심을 지키고 선린우호의 방향을 굳게 하며 호혜 목표를 견지할 의향이 있다"고 했다. 기고자 : 워싱턴=김은중 특파원 노석조 기자 베이징=이벌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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