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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라비카 t당 8300달러, 역대 최고

국제 시장에서 커피 원두 가격이 1년 사이 배(倍) 가까이 오르면서 세계적으로 커피 가격이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 대부분 카페에서 사용하는 아라비카 원두는 물론 인스턴트 커피에 주로 쓰이는 로부스타 원두 가격도 평소의 2배 수준으로 뛰었다. 전 세계 기후 변화와 브라질, 베트남 같은 주요 커피 산지에서 나타난 병충해 탓인데, 이전 작황 수준을 회복하려면 3~5년은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주요 원두 생산국에서 재배가 까다로운 커피 대신 두리안, 아보카도 등을 선택하는 농가가 늘면서 원두 생산량이 더 줄어들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원두 가격 상승 여파로 커피의 소비자 가격도 오르기 시작했다. 국내에선 프랜차이즈 카페 대부분이 올 들어 커피 판매가를 올렸다. 스타벅스, 투썸플레이스, 할리스 등 커피 전문점은 물론이고 메가MGC커피, 빽다방, 컴포즈커피, 더벤티 같은 저가 커피 브랜드도 가격을 올렸다. 이달 들어선 롯데GRS가 운영하는 카페 엔제리너스와 CJ푸드빌이 운영하는 베이커리 브랜드 뚜레쥬르가 커피 가격 인상 대열에 합류했다.

믹스 커피도 올랐다. 동서식품은 지난달 30일부터 인스턴트 커피, 커피믹스, 커피 음료 등 제품의 출고 가격을 평균 7.7% 인상했다. 지난해 11월에 이어 6개월 만에 가격을 또 올린 것이다.

커피 가격 인상은 한국만의 일이 아니다. 전 세계가 같은 산지의 원두를 쓰기 때문이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최근 1년 새 커피의 소비자 가격은 미국에선 6.6%, 유럽에선 3.75%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값싼 로부스타가 아라비카만큼 비싸

대표적인 커피 원두로 아라비카와 로부스타가 꼽힌다. 고급 원두인 아라비카는 로부스타보다 키우기가 까다로워 비싸지만 커피 맛이 좋다. 우리나라 카페에선 대부분 아라비카 원두를 쓴다. 로부스타는 아라비카보다 맛은 조금 떨어지지만 기후 변화나 병해충에 강하다. 아라비카보다 싸기 때문에 인스턴트 커피에 주로 쓰인다.

그런데 최근에는 고급 원두인 아라비카와 값싼 로부스타 원두가 모두 최고가를 경신하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의 국제 원료 가격 동향에 따르면, 아라비카 원두는 2014년 이후 줄곧 1t(톤)당 3000~4000달러 안팎에 머물렀다. 그런데 지난해 평균 가격이 5158달러까지 오르더니 올해는 8300달러까지 올랐다. 1년 새 60% 이상 오른 것이다. 아라비카 원두 가격이 6000달러를 넘긴 것은 aT 자료가 남아 있는 2010년 이후 처음이다. 로부스타도 비싸졌다. 올해 로부스타 원두는 1t당 5289달러로 작년 아라비카 원두의 평균가보다 비싸다.

◇커피 가격 더 오를 수도

국내 주요 카페 브랜드들이 줄줄이 커피 메뉴 가격을 올린 것도 역대 최고 수준으로 치솟은 원두 가격 영향이 크다. 업계 관계자는 "일반 카페의 경우 50% 이상, 저가 커피의 경우 70% 이상이 커피 매출"이라며 "커피의 비중이 워낙 커 원두 가격 인상의 영향을 피하기 어려운 구조"라고 말했다.

국내 1위 인스턴트커피 제조사 동서식품은 작년 11월 2년 만에 커피믹스 등 출고가를 평균 8.9% 올린 데 이어, 6개월 만인 지난달 말 또다시 출고가를 7.7% 인상했다. 동서식품은 맥스웰하우스 제품을 제외한 맥심, 카누 등 주요 제품에 아라비카 원두를 쓰고 있다. 동서식품 관계자는 "인스턴트커피는 상품 특성상 전체 원가에서 원두 비중이 커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연내에도 커피 가격 인상이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 거의 모든 국가가 커피를 마셔 수요는 갈수록 늘어나는데 원두 생산지는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FAO는 최근 보고서에서 "유럽을 기준으로 원두 가격이 1% 오르면 1년 7개월 뒤 소비자가는 0.24% 오르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원두 가격 상승 여파는 최소 4년 이상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그래픽] 국제 원두 1t 가격 / 최근 잇따라 오르는 커피 가격 기고자 : 김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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