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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격해질 '증시 정책'에 사전 조치

LS그룹의 해양 케이블 계열사인 LS마린솔루션은 지난달 26일 2783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공시했다. 시설 자금 조달을 위해 전체 발행 주식의 60%에 달하는 신주를 대거 발행하기로 한 것이다. 기존 주주의 지분 가치가 희석되는 만큼 주가는 이튿날 정규 장이 열리자마자 12% 급락했고, 결국 전 거래일 대비 7.9% 떨어진 채 장을 마감했다. 이후로도 약세다.

주주들은 LS의 '시간차 공시'에도 반발하고 있다. 26일 장 마감 이후인 오후 4시 10분쯤, LS는 호재로 꼽히는 투자 계획을 먼저 공시해 애프터마켓에서 주가가 17% 가까이 올랐다. 하지만 불과 20분 뒤 유상증자 공시가 재차 올라왔고, 주가는 곧장 하락세로 돌아서 -13.57%로 마감했다. 변동 폭이 30%포인트에 달한 것이다. 주주 게시판에는 '호재성 정보를 보고 주식을 샀다가 피해를 봤다'는 주주들의 성토가 잇따르고 있다.

◇잇따르는 유상증자, 지배구조 개편

최근 유상증자, 지배구조 개편 등 기업들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윤석열 정부에서 추진했던 이른바 '밸류업(기업 가치 제고)' 정책에 이어, 여야 정치권에서 주가 부양을 잇따라 공약으로 앞세우면서 기업 활동에 제약이 생길 수 있다고 봐서다. 정치권 눈치를 보느라 단기적으로 주가에 악영향을 줄 수 있는 의사 결정을 내리기 어려울 것이란 시각이 많다. 대표적인 것이 유상증자다. 유상증자는 주식을 추가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는 방식이라 주가에는 단기적 악재로 꼽힌다. 최근 불황 여파로 '회사채'를 발행하는 대신 유증을 택한 기업들이 일정을 서두르고 있다는 것이다. 올 들어 추진 중인 조(兆) 단위 대형 유상증자만 한화에어로스페이스(2.9조원), 삼성SDI(1.6조), 포스코퓨처엠(1.1조) 등 5조원대다.

지배구조 개편도 잇따르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달 22일 인적 분할 방식으로 '삼성에피스홀딩스'를 설립하는 지배구조 개편안을 전격 발표했다. 삼성은 소액 주주들을 의식한 듯 "기존 바이오 주주는 주주 가치 훼손 없이 분할 비율에 맞춰 주식을 교부한다"고 설명하고, 사업 분할 이유에 "수익 창출 방식이 다른 두 사업에 동시에 투자해야 하는 투자자들의 고민도 해소해 주기 위해서"라는 이례적인 설명을 붙이기도 했다.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중복 상장으로 인한 기업 가치 하락 우려가 불거지자, 삼성은 "향후 5년간 중복 상장은 없을 것"이라고 진화에 나서기도 했다.

그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지난달 30일에는 삼양그룹의 지주회사인 삼양홀딩스도 바이오팜그룹을 별도 사업 회사로 떼어내 '삼양바이오팜'을 신설한다고 밝혔다. 2021년 삼양홀딩스에 흡수 합병된 지 4년 만에 다시 떼어내 '쪼개기 상장' 절차를 밟는다.

◇자진 상장폐지에, 자사주 처분도

자사주 활용 여부가 기업들의 '뜨거운 감자'가 된 가운데, 스스로 상장폐지를 추진하거나 자사주를 계열사에 넘기는 기업들도 나오고 있다.

통신 소프트웨어(SW) 개발사인 텔코웨어의 최대 주주 금한태 대표는 지난달 19일 자진 상장폐지를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자사주 비율(44.1%)이 높은 기업인데, 최대 주주가 주당 1만3000원에 회사 주식 233만여 주(지분율 25.24%)를 공개 매수해 상장폐지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최대 주주인 금 대표와 특수관계인이 보유한 주식 총합은 30.64%다. 공개 매수에 성공하면, 자진 상폐 기준(발행 주식의 95% 이상 보유)을 충족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대신증권 이경연 연구원은 "제도 변화로 만약 자사주를 전량 소각하게 되면, 지배주주 지분율이 낮아 안정적인 경영권을 유지하기 다소 어려울 수 있는 상황"이라며 "행동주의 펀드의 타깃이 되는 것을 미리 차단하기 위해 자진 상장폐지를 선택했다는 것이 시장의 평가"라고 했다.

주주들로부터 자사주 소각 요구를 받고 있는 사조대림은 지난달 28일 보유 자사주(45만여 주)의 절반 수준인 23만주를 계열사에 매각한다고 밝혔다. 회사 측은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것"이라고 밝혔지만, 증권가에선 "자사주를 계열사에 넘겨 소각 요구를 피하는 효과를 보게 됐다"는 해석도 나왔다.

[그래픽] 유상증자 / 지배구조 개편 / 자진 상장폐지 / 자사주 매각 기고자 : 박순찬 기자 정한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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