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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 시내버스 노사 진통 끝 타결

지난달 28일 총파업에 돌입했던 경남 창원 시내버스 노조가 파업 5일 만인 2일 오후 버스 운행을 재개했다. 노사 양측은 이날 기본급 3% 인상, 정년 63세에서 64세로 연장, 출산 장려금 200만원 지급, 하계 수련비 40만원 인상 등에 합의했다.

그러나 상처가 컸다. 창원 시민들은 지난 5일간 '출퇴근 지옥'을 겪었다. 창원은 서울·부산과 달리 지하철이 없어 시내버스가 사실상 유일한 대중교통이다. 창원 시민 100만명이 5일간 대중교통 없는 도시에서 산 셈이다. 창원 시내버스 노조가 이렇게 장기간 운행을 중단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오전 7시 30분 창원시 성산구 대동백화점 버스정류장. 시민 11명이 굳은 얼굴로 창원시가 투입한 '임시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무인 버스를 빨리 도입해야 하는데" "이 정도면 노조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원망이 쏟아졌다. 직장인 김모(41)씨는 "임시 버스가 30분이 지나도 안 온다"며 근처 택시 승강장으로 뛰었다.

창원시는 매일 2억원을 들여 전세버스 152대와 택시 330대를 투입했지만 시내버스를 대신하기에 턱없이 부족했다.

창원공단의 중소기업에 다닌다는 직장인 정모(35)씨는 "창원시 홈페이지를 보니 임시 버스의 배차 간격이 2시간 25분으로 나오더라"며 "사흘 동안 택시비로 10만원을 썼는데 이 돈은 누가 보상해 주느냐"고 했다.

학교나 학원에는 지각생이 속출했다. 일부 학교는 등교 시간을 오전 9시에서 10시로 1시간 늦췄다. 마산합포구 진동면에 사는 최모(51)씨는 "고등학생인 아들 학원 보내느라 저와 남편, 친정 엄마까지 돌아가면서 (자가용으로) '학원 라이딩'을 했다"며 "시민 세금으로 운영하는 버스가 왜 시민들을 힘들게 하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올해 초 창원NC파크 프로야구장 근처에 식당을 차렸다는 김모(34)씨는 "한 달 전 야구장에서 관중 사망 사고가 터져 손님이 줄었는데 버스까지 파업을 하니 죽을 맛"이라고 했다.

시민들은 스스로 해결책을 찾아 나섰다. 창원 지역 중고 거래 앱에는 '택시 카풀을 원한다'는 글이 잇따랐다. 이날 오전 7시쯤 이 중고 거래 앱 게시판에는 '진해경찰서에서 성산구청까지 택시 같이 타실 분'이란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순식간에 조회 수 140회를 넘겼다. '장천동에서 창원까지 같이 택시 타실 분 ㅠㅠ' '혹시 내일 12시쯤 상남 쪽으로 택시 요금 반반 해서 가실 분 있나요' 같은 글도 줄지어 올라왔다. 글마다 '늦었나요' '제가 탈 수 있을까요' 등의 댓글이 달렸다.

평소 흔하던 공공 자전거는 동이 났다. 이날 오전 8시쯤 성산구의 한 아파트 앞 공공 자전거 거치대는 텅 비어 있었다. 평소 공공 자전거 10~20대가 서 있던 곳이다. 주민 강모(33)씨는 "아침 일찍 서두르지 않으면 자전거도 못 탄다"고 했다. 창원시에 따르면, 출퇴근 시간 공공 자전거 이용 건수는 파업 전날인 지난달 27일 6041건에서 30일 8514건으로 41% 증가했다.

파업 기간 창원시에는 시와 버스 노사를 원망하는 항의 전화가 매일 3000통 넘게 쏟아졌다고 한다. 창원시 관계자는 "파업을 왜 막지 못했느냐고 하는데 우리도 괴롭다"고 했다.

창원에는 시내버스 705대가 운행 중이다. 기사는 1620여 명, 이들의 평균 연봉은 5500만원이다. 창원시가 예산을 들여 버스 회사의 적자를 보전해주는 준공영제 방식으로 운영한다. 창원시는 지난해 버스 회사에 856억원을 지원했다.

노사는 작년 12월부터 임금·단체협약 교섭을 벌였지만 정기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하느냐를 두고 평행선을 달렸다.

노조는 작년 12월 대법원 판결에 따라 정기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사측과 창원시는 인건비 부담이 너무 크니 통상임금 등 임금 체계를 개편하자고 했다. 이날 양측은 기본급 3% 인상 등에 합의하면서 통상임금에 대해선 결정을 미뤘다. 노조가 지난해 사측을 상대로 낸 통상임금 소송 결과에 따르기로 했다. 노동계에선 "노조가 승소할 가능성이 커 실질적으로 임금 인상률이 10%가 넘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그래픽] 창원시 시내버스 현황 기고자 : 창원=김준호 기자 창원=김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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