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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생제르맹 챔스리그 첫 우승

1일(한국 시각) 독일 뮌헨 알리안츠 아레나에서 열린 2024-2025시즌 UEFA(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 결승전. 이탈리아 인테르 밀란을 5대0으로 대파하며 창단 첫 UCL 우승을 차지한 프랑스 파리 생제르맹(PSG) 선수단을 향해 팬들은 뜨거운 환호를 보냈다. 그 열기 속에 관중석에 걸린 대형 현수막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그림 속 한 소녀가 PSG 깃발을 잡은 루이스 엔리케(55) 감독을 지켜보고 있었다. 2015년 바르셀로나 감독 시절 UCL 정상에 오른 엔리케가 여섯 살 막내딸 사나와 우승의 기쁨을 나누던 장면을 오마주한 것. 당시 사나는 그라운드에 팀 연고지 카탈루냐 상징 세니에라 깃발을 꽂았고, 아버지는 그 깃발을 붙잡아줬다.

2019년 골육암으로 사나를 떠나보낸 엔리케는 지난 1월 "그날처럼 다시 우승한다면 사나가 또 그라운드에 깃발을 꽂아줄지 모른다"고 했다. 엔리케는 우승을 확정한 뒤 사나와 같은 종양 질병을 앓는 어린이를 지원하기 위해 설립한 '사나 재단' 캐릭터가 그려진 티셔츠로 갈아입었다. 그는 "사나가 늘 곁에 있다는 걸 느낀다"고 말했다.

PSG는 이날 UCL 결승 역대 최다 점수 차로 승리하며 1970년 창단 이후 55년 만에 첫 '빅 이어(Big Ear·두 손잡이가 큰 귀를 닮았다고 해서 붙은 UCL 트로피 별칭)'를 품에 안았다. 뮌헨에선 UCL 결승이 열릴 때마다 첫 우승 영광을 차지한 팀이 나왔다. 노팅엄 포리스트(1979년), 마르세유(1993년), 도르트문트(1997년), 첼시(2012년)에 이어 PSG도 계보를 잇게 됐다.

이날 경기는 UCL 결승 역사상 베스트11 간 나이 차가 가장 컸다. 엔리케가 이끄는 젊은 PSG(평균 25세 96일)는 초반부터 활발한 전방 압박으로 인테르(30세 242일)를 몰아붙였다. PSG는 전반 12분 아슈라프 하키미(27·모로코)의 선제골로 앞서갔다. PSG 공세에 당황하던 인테르는 속절없이 무너졌다. PSG는 전반 20분과 후반 18분 데자레 두에(20·프랑스)가 연속 골을 터뜨렸고, 후반 28분 흐비차 흐바라츠헬리아(24·조지아), 후반 41분 세니 마율루(19·프랑스)까지 득점에 가세하며 대승을 완성했다.

리오넬 메시(38·인터 마이애미)와 네이마르(33·산투스), 킬리안 음바페(27·레알 마드리드)가 함께 있을 때도 이뤄내지 못한 UCL 우승. PSG는 2011년 카타르 국부펀드 자회사 QSI에 인수된 후로 지난 시즌까지 선수 영입에 19억6800만유로(약 3조900억원)를 쏟아부었다. 하지만 스타를 수집하는 '갈락티코(은하수)'로는 염원하던 UCL 정상에 오르지 못했고, 변화가 절실했던 2023년 7월 엔리케가 지휘봉을 잡았다. 그해 여름 메시·네이마르와 작별한 그는 당시 26세인 우스만 뎀벨레와 21세 브래들리 바르콜라 등 젊은 프랑스 선수들을 영입하며 변화를 꾀했다. 지난 시즌 UCL 4강에서 아쉽게 탈락한 PSG는 이후 팀의 상징과도 같았던 음바페마저 레알 마드리드로 떠나보냈다.

엔리케는 이를 기회 삼아 음바페 개인 기량에 의존하던 팀 체질 개선에 착수했다. 공격수들에게도 강한 압박을 요구하며 상대를 끊임없이 괴롭히는 전술을 구현했다. 엔리케 부임 전인 2022-2023시즌보다 올 시즌 PSG 경기당 태클 수는 5개 이상 늘어났다. 뎀벨레는 49경기에서 33골을 기록, 음바페 빈자리를 잊게 만들었다. 지난겨울 영입된 흐바라츠헬리아는 탁월한 드리블로 수비수를 끌고 다니며 뎀벨레 득점을 도왔다. 엔리케가 과감히 중용한 20세 신예 두에는 결승전 2골 1도움으로 빛났다.

PSG는 UCL 우승까지 차지하며 올 시즌 리그1과 프랑스컵, 수퍼컵까지 4관왕에 올랐다. 유럽에선 보통 자국 리그와 자국 최고 권위 컵대회, UCL을 석권하면 트레블이라 칭하는데 PSG는 11번째 트레블을 달성했다. 엔리케는 2015년 바르셀로나 시절 이후 10년 만에 또 한 번 팀을 트레블로 이끌었다. 2009년 바르셀로나, 2023년 맨체스터 시티에서 같은 위업을 달성한 페프 과르디올라(54)에 이어 유럽 축구 역사상 두 번째로 트레블을 두 차례 이룬 감독이 됐다.

[그래픽] 챔피언스리그 우승 포함 '트레블' 달성 팀 기고자 : 장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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