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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관세 여파로 수렁에 빠진 수출

1일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5월 우리 수출 실적은 최근 한국 경제에 짙게 드리운 불안함을 그대로 보여준다. 내수 침체 속 버팀목 역할을 하던 수출까지 내림세에 접어들고 있음이 실적에서 확인된다. 수출 1위 품목인 반도체가 미·중 갈등 속에서도 AI(인공지능) 특수를 발판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냈는데도 전체 수출이 마이너스가 된 것은, 수출 주력 품목 대부분이 미국발 관세 충격 외에도 전기차 캐즘(chasm·수요 정체)과 같은 구조적 문제에 맞닥뜨려 흔들리고 있음을 보여준다.

15대 수출 품목 중 10종, 10대 품목 중 7종의 실적이 감소했고, 미국, 중국, 아세안 등 3대 수출 시장은 모두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규모가 넷째로 큰 수출 시장 유럽연합(EU)은 1년 전 워낙 수출이 나빴던 덕분에 기저 효과를 봤지만 소폭 증가에 그쳤다.

◇자동차·철강·기계 등 줄줄이 감소

지난달 반도체 수출은 작년보다 21.2% 늘어난 137억9000만달러(약 19조원)를 나타내, 월간 기준 역대 2위를 기록했다. AI 데이터센터에 쓰는 고대역폭 메모리(HBM) 수요가 계속 늘어난 가운데 대만·베트남 등 이른바 '중간 생산 기지'로 향하는 반도체 물량도 크게 늘었다.

하지만 15대 주요 수출 품목 중 10종이 작년보다 줄어들어 전체 수출은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트럼프발(發) 관세의 직격탄을 지난 3월부터 차례로 맞은 철강(-12.4%), 자동차(-4.4%), 자동차 부품(-9.4%)이 뚜렷한 감소세를 나타낸 가운데 국제 유가가 4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져 단가가 급락한 석유제품(-20.9%), 석유화학(-20.8%) 등의 수출액이 크게 줄었다. 현지 공장 건설 등 국내 기업들의 해외 투자를 발판으로 호조를 보였던 일반 기계(-5.3%)도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中·美·아세안 수출 '트리플 마이너스'

3대 시장인 중국·미국·아세안 수출도 나란히 마이너스를 나타냈다. 관세 부과가 이어지며 대미 수출은 작년보다 8.1% 감소한 100억5000만달러에 그쳤고, 대미 수출 1위 품목인 자동차는 32% 줄어든 18억4000만달러에 그쳤다. 미국이 지난 4월 3일 수입 자동차에 관세 25%를 물리기 시작한 데다, 현대차그룹이 올해 준공식을 가진 조지아 메타플랜트에서 현지 생산을 확대해 수출이 급감했다. 철강(-20.6%)과 자동차 부품(-8.3%)의 미국 수출도 크게 부진했다.

지난 4월 반짝 플러스를 나타냈던 중국 수출도 5월엔 8.4% 줄었다. 최대 수출 품목인 반도체가 전년 동기 대비 14.6% 감소해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전무는 "중국이 중저가 반도체 위주로 자체 생산을 확대해 앞으로 반도체 중국 수출은 계속 감소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과거 대표적 대중 수출 품목이었던 석유화학과 일반 기계도 각각 11.4%, 13.6% 감소했다. 대(對)아세안 수출은 1.3% 감소했다.

◇전문가 "일시적 아냐… 추세 이어질 듯"

주요 수출 품목의 경쟁력이 약화하는 가운데 트럼프 관세 정책에 따른 불확실성이 이어지면서 수출 회복은 좀처럼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실장은 "미국 수출이 막힌 중국산 석유화학, 철강 제품이 세계 시장에 쏟아지며 우리 제품 수출이 막히고 있다"고 진단했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우리 수출은 2.1% 감소하고, 이 가운데 캐즘에 관세 충격까지 더해진 자동차 수출은 8% 급감이 예상된다.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관세 충격이 전 세계 교역 및 소비·생산 위축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미국은 물론 중국·아세안 등 이른바 '중간 생산지'로 가는 우리 수출도 부진이 예상된다"고 했다.

[그래픽] 반도체 늘었지만 10대 품목 중 7종이 감소 기고자 : 최은경 기자 조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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