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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부터 철강 관세 2배로 인상
20조 투자 약속한 日 의식한 듯
대미 수출 年 5조 타격 불가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외국산 철강에 50%라는 초고율 관세를 부과한다고 지난달 30일(현지 시각) 밝혔다. 지난 3월 25% 관세를 부과한 지 2개월여 만에 두 배로 기습 인상한 것이다. 시행은 당장 4일부터다. 중국산 저가 철강의 범람, 건설업 침체 등으로 위기에 빠져 있는 한국 주력 산업 철강이 수출 시장에서도 타격이 더욱 심각해질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인상 방침은 이날 미 대표 철강 기업 US스틸에서 진행한 연설에서 나왔다. 그는 기존 25% 관세에 대해 "허점(loophole)이 있었다"며 "이 조치(관세 50%)를 회피할 방법은 없다. 누구도 여러분의 산업을 훔칠 수 없다"고 했다.

일각에선 이번 관세 인상 발표가 기업 매각을 반대해 온 US스틸 노동자를 달래고, 20조원에 달하는 대규모 투자를 약속한 일본을 부각하며, 다른 국가들도 미국 투자에 나서라는 압박이란 해석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일본제철의 대미(對美) 철강 투자액이 140억달러(약 19조4000억원)라고 밝히며, "이는 미국 철강 역사상 최대 투자"라고 강조했다. 그간 국가 안보를 이유로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를 줄곧 반대해 온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양측 협약이 사실상 마무리 단계에 이르렀음을 시사하는 발언을 잇따라 하고 있다. 이날도 "US스틸은 위대한 도시 피츠버그에 본사를 유지할 것"이라며 "해고나 아웃소싱은 전혀 없고, US스틸 노동자는 곧 5000달러의 보너스를 받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이 같은 발표 이후 EU(유럽연합), 캐나다, 호주 등 주요 철강 생산국은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을 높이고, 소비자와 기업들의 비용 부담 역시 커질 것"이라는 우려 성명을 냈다.

한국 주력 산업인 철강의 수출 역시 추가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미국은 한국 철강 수출에서 금액으로는 1위(점유율 12.4%), 물량 면에선 3위(9.8%)를 차지한다. 작년 대미 철강 수출액은 35억5000만달러(약 4조9000억원)였다. 철강 업계 관계자는 "미국은 철강 자급률이 75% 수준으로 상당량을 수입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데, '50% 관세'는 사실상 수출이 불가능한 수치일 뿐 아니라 미국 제조업에도 피해가 불가피하다"며 "정부와 긴밀하게 협조하면서 정책 변화 상황을 주시할 것"이라고 했다.

[그래픽] 한국산 철강의 주요 수출국 기고자 : 박순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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