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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베스트 바 50서 2위에 오른 '제스트'는 주말에 90%가 외국인

힐을 신은 여성 셋이 택시에서 연달아 내렸다. 앞서 내려선 팀이 바 쪽으로 걸어 들어갔고, 다음 택시가 또 도착했다. 계속해서 사람들을 실은 택시가 골목에 멈춰 섰다.

서울 청담동, 간판이 눈에 잘 띄지 않는 바 앞. 저녁 8시 웨이팅 리스트에는 이미 30팀이 등록돼 있었다. 외국인 커플 한 쌍이 리스트를 확인하더니 짧은 탄식을 뱉고 돌아섰다. 일부는 바깥 테이블에 앉아 칵테일을 마시며 차례를 기다렸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바텐더가 자연스럽게 영어로 인사를 건넸다. 당연히 외국인인 줄 알았던 모양이다. 문이 닫히자 그 바가 내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빠른 비트의 음악이 공간을 채우고 있었다.

이곳은 바 '제스트(Zest)'. 올해 아시아 베스트 바 50에서 2위에 오른 곳이다. 랭킹 발표 후 몇 달이 지나자 외국인 손님이 몰리기 시작했고, 지금은 주말 기준으로 손님의 90%가 외국인이다. 대만,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그리고 유럽과 미국. 손님들은 대부분 영어로 주문하고, 바텐더도 그에 맞춰 응대한다.

이곳은 줄을 억지로 세우지 않는다. 홍콩 1위 바 '리오네'처럼 대기 줄을 밖으로 늘어뜨리는 대신, 손님이 앱으로 웨이팅을 등록하고, 시간에 맞춰 입장하는 구조다. 밖에서 칵테일을 마시며 기다릴 수도 있다.

시그니처는 'Z&T', 진토닉 계열 칵테일이다. 한라봉, 매실, 박하, 오미자 등 한국 재료로 만든 진에 직접 만든 탄산수를 더한다. 처음엔 상쾌한 감귤 향이 스치고, 자글자글한 탄산이 뒤를 깔끔하게 정리한다. 취하려 마시는 술이 아니라, 음미하기 위한 술이다. 자체 제작된 탄산수는 일회용 탄산수 병을 줄이기 위한 선택이기도 하다.

이 외에도 다양한 시그니처 칵테일이 준비돼 있어, 주문하면 금세 서빙된다. '올패 소이 패션드'처럼, 전통적인 올드패션드를 부드럽게 비튼 스타일도 인기다.

이날 직원은 6명. 그중 2명이 바텐딩을 맡고, 나머지는 서빙과 운영을 분담했다. 창가 자리는 선결제, 메뉴 설명은 1분이면 끝난다. 지난주 금요일에 200명, 토요일엔 300명이 다녀갔다. 손님은 메뉴판보다 휴대폰을 먼저 꺼내 사진을 찍고, 바텐더는 셰이커를 멈추지 않는다.

공간도, 리듬도 조용한 테이스팅 바와는 다르다. 여기는 좀 더 시끄럽고, 좀 더 빠르다. 유럽식 펍의 자유로움과 아시아 바텐딩의 정교함이 교차한다. 우리는 종종 술 이름에 집착하지만, 기억에 남는 건 언제나 함께한 사람과 그 공간이었다. 요즘은 그 풍경 속 언어가 달라지고 있다.

외국인 손님들은 제스트를 경험한 뒤, 르쳄버나 청담 엘리스 같은 바를 연달아 찾는다. 한 바에 머무는 게 아니라, 여러 바를 이어가는 '바 호핑'이 청담동에선 자연스러운 풍경이 되고 있다. 이젠 한 잔에서 멈추지 않는다. 기고자 : 김지호 기자
장르 : 고정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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