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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국제중재법원 판단 받기로

우리나라가 최초로 원전을 수출한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의 추가 공사비를 둘러싼 한국전력과 한국수력원자력의 분쟁이 런던국제중재법원으로 가게 됐다. 두 회사는 10억달러(약 1조4000억원) 규모 추가 공사 대금 정산을 두고 갈등을 빚어오다 합의에 이르지 못하자 국제 중재에 맡기게 됐다. 모회사·자회사 관계인 두 회사가 집안싸움을 해외로 들고 가는 것을 두고 비판이 커진다.

◇한수원, 런던에 중재 신청

한수원은 7일 "한전으로부터 받지 못한 미정산 공사 대금에 대한 중재를 런던국제중재법원에 신청했다"고 밝혔다. 2009년 한전을 중심으로 한 '팀코리아'가 수주한 20조원 규모 UAE 바라카 원전 공사비를 두고 한전과 한수원이 끝내 합의점을 찾지 못하자 국제 중재를 신청한 것이다.

UAE 원전 사업은 한전이 발주처인 UAE원자력공사(ENEC)와 계약을 맺고, 이후 한전이 한수원 등 국내 업체들과 후속 계약을 맺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이후 건설 과정에서 애초 계약 금액보다 공사비가 더 들자 한수원이 한전을 상대로 정산을 요구했다. 계약이 영국법에 근거를 두고 있는 만큼, 중재 또한 런던국제중재법원에 신청한 것이다.

바라카 원전 1~4호기의 시운전과 운영 업무를 맡은 한수원은 코로나 사태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관련 비용이 애초 한전과 체결한 계약액보다 늘어나자, 지난해 11월 "늘어난 공사비를 정산해 달라"고 요구하고 협상을 시작했다. 한수원 측은 2020년부터 해마다 추가 비용 지급을 요청해 왔는데, 바라카 4호기가 작년 9월부터 상업 운전을 시작하며 프로젝트가 막바지에 이르자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했다. 업계가 추정하는 추가 정산 요구액은 10억달러가량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한수원의 정산 요구에 한전은 "현지 발주처에서 대금을 받아야 한다"고 맞섰다. 한수원은 "대금을 정산받지 못하면 배임 논란이 생길 수 있다"고 주장했고, 200조원이 넘는 부채에 시달리는 한전은 "발주처에서 돈을 더 받지 못하면 정산을 할 수 없다"고 버텼다.

지난 1월 말 두 회사 사장이 직접 만나며 타결의 실마리를 찾는 것처럼 보였지만, 지난 2월 김동철 한전 사장이 국회에서 "(한수원의 추가 정산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하며 감정싸움은 심해졌고, 협상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원전 수출에서 갈등 지속

2001년 전력산업 구조 개편에 따라 한전을 한수원 등 발전 자회사로 쪼갠 이후 20년 넘게 쌓여온 갈등이 공사비 정산 문제를 계기로 불거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수원은 형식적으로 한전의 100% 자회사이지만 원전 수출을 두고 양측이 서로 우선권을 주장하면서 갈등은 깊어졌다. 2009년 UAE 원전을 수주할 때만 하더라도 한전 주도로 수출이 이뤄졌다. 그러나 이후 시간이 흐르며 직접 원전을 운용하는 한수원이 경험과 기술 면에서 한전을 따라잡으며 갈등은 심해졌다.

그동안 산업부(옛 지식경제부) 출신의 '낙하산 관료'들이 한전과 한수원 사장을 맡으며 눌러온 갈등이 이제야 터져 나온 것이라는 비판도 있다. 전력 업계 경력이 전무한 정치인과 원자력 학계 교수 출신이 양 사 사장을 맡으면서 소통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결국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는 것이다.

산업부 고위 관료 출신의 한 인사는 "공기업을 담당하는 산업부가 역할을 했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며 "정권 교체기에 그 누구도 책임을 지지 않으려 하면서 이런 사태를 초래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한전이 로펌을 선임하는 과정에서 예상 자문료를 약 1400만달러(약 200억원)로 제시한 것을 감안했을 때, 향후 법적 분쟁 해결 과정에서 두 회사가 법률 비용으로만 각각 수백억 원을 쓸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그래픽] '바라카 원전 공사비 정산' 분쟁 일지 기고자 : 조재현 기자 조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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