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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심 교체 111만명에 그쳐

SK텔레콤의 고객 유심(USIM) 정보 유출 사고에 대해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공개 사과했다. 재계 서열 2위인 SK그룹의 총수가 계열사의 위기 대응에 직접 나선 것이다. 최 회장은 7일 오전 서울 중구 SK텔레콤 본사에서 진행된 언론 브리핑에 직접 참석해 "사이버 침해 사고로 인해 고객, 국민에게 많은 불안과 불편을 초래했다"며 "모든 분께 다시 한번 사과드린다"고 했다.

SK텔레콤이 해킹 피해 사실을 최초 인지한 지 19일 만, 이를 외부에 발표한 지 15일 만의 일이다. 최 회장은 SK텔레콤의 이사회 구성원도 아니고 경영진에도 포함돼 있지는 않다. 하지만 SK텔레콤의 미흡한 대응이 계속 이어지자 그룹 총수가 나설 수밖에 없었다는 반응이 나온다.

SK텔레콤은 해킹 발생 3주일이 지나도록 해킹 원인이나 규모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고객 대책이라며 2500만명(알뜰폰 포함)에 이르는 모든 가입자에게 유심을 무료로 교체해 주겠다고 밝혔지만, 확보한 유심이 100만개 정도에 그치는 상황이라 섣부른 발표로 유심 교체 대란만 불렀다는 지적도 받았다. 실제 7일 기준 유심을 바꿔준 고객은 111만명에 불과하다.

그 사이 정부 조사가 진행되면서 해킹 피해 규모가 당초 알려진 것보다 클 수 있다는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당초 악성 코드 4종이 발견됐다고 SKT 측은 신고했지만 정부 1차 조사 결과 7일 현재 서버 총 5대가 해킹당했고, 악성 코드도 최소 8종이 더 발견됐다. 경찰까지 나서 누가 SKT 해킹을 저질렀는지 등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고, 정치권에서도 SKT 해킹 건으로 상임위가 열려 최 회장을 국회 청문회 증인으로 채택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보안, SK그룹의 생명" 투자 강화 밝혀

최태원 회장은 이날 "외부 전문가가 참여하는 정보보호 혁신위원회를 신설하고, 객관적·중립적인 개선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며 "(혁신위원회는) SK수펙스추구협의회 산하에 구성하도록 할 것"이라고 했다. 또 "(이번 사태가) 그냥 보안 문제가 아니라 국방 문제라고 생각하며 안보이자 생명이라는 생각으로 임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객 대응이나 IT 기술 문제로 단순하게 취급하지 않고, 발상을 바꿔 그룹 차원에서 엄중히 다루겠다는 것이다.

최 회장의 이날 메시지에는 SK텔레콤의 초기 대응에 대한 질책의 의미도 반영됐다는 해석도 나온다. SK텔레콤은 해킹 사실을 인지한 후에도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신고가 늦었고, 고객에게 관련 사실을 문자메시지 등으로 적극적으로 안내하지 않아 비판이 커졌다. 업계 관계자는 "SK텔레콤이 크게 노력하지 않아도 장기간 통신사 1위 자리를 지키는 상황이 이어지다 보니 정작 내부적으로 위기에 대처하는 능력이 떨어졌다는 지적이 많다"고 했다.

고객 불만은 커지고 있다. SK텔레콤에서 KT나 LG유플러스 등 다른 통신사로 이탈하는 순감 인원은 원래 100~200여 명 수준이었지만 지난달 27일부터 약 1주일간은 평소의 150~300배에 해당하는 하루 3만명 안팎으로 급등했다. 최근도 1만명 안팎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심 정보 유출에 따른 불안이 커진 여파다.

◇위약금 면제 압박

다만 최 회장의 이날 사과에도 불구하고, SK텔레콤이 통신사 변경에 따른 고객 위약금을 면제하라는 압박이 정치권을 중심으로 계속될 전망이다. 최 회장은 이에 대해 “고객 간의 형평성 문제도 있고, 제가 SK텔레콤 이사회 구성원도 아니기 때문에 뭐라 말씀드리기는 어렵다”며 “SK텔레콤 이사회에서 좋은 방안을 내놓을 것이라고 본다”고 했다.

8일 예정된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청문회에서도 관련 질의가 잇따를 전망이다. 최 회장은 이 청문회에 증인으로 채택돼 있지만 “외부 일정 때문에 출석이 어렵다”는 이유로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한 상태다. 대신 유영상 SKT 사장이 참석하는 쪽으로 국회와 협의 중이다.

다만 현재까지 SK텔레콤 가입자의 구체적인 피해 상황이 나오지 않았는데 ‘통신사의 귀책 사유’라는 이유만으로 위약금 면제를 압박하는 것이 맞느냐는 지적도 나온다. 단순 변심으로 통신사를 바꾸는 사람과의 형평성 문제도 있어 혼란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픽] SK텔레콤 해킹 사태 일지 / SKT 해킹 사고 이후 기고자 : 이기우 기자 김봉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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