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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보·금융권 릴레이 회의

2001년부터 23년째 1인당 5000만원으로 묶인 예금자보호한도를 올리는 방안에 대한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예금보험공사(예보)는 지난 21일과 23일 이틀간 은행·저축은행·보험 등 업권별 협회와 릴레이 비공개 회의를 갖고, 예금자보호제도 손질을 위한 '민관 합동 태스크포스(TF)'의 연구용역보고서 결과를 공유했다. 해당 보고서에는 예금자보호한도를 유지하거나 1억원으로 상향할 경우 등을 가정한 시나리오가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 당국은 회의에서 나온 업계 의견 등을 검토해 이르면 오는 8월 말, 국회에 정부 입장을 제출할 방침이다.

지난 3월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를 계기로 예금자보호한도 샹향 주장은 힘을 얻고 있다. 현재 여야 의원들이 발의한 예금자보호한도 상향 개정안만 11건. 예금자 보호를 강화하는 해외 추세 등에 맞춰 예금자보호한도를 2억원으로 높이는 법안까지 등장했다. 관련 이슈는 올 하반기 정기국회에서 본격적으로 다뤄질 전망이다.

◇국민소득 2.8배로 늘었는데 한도 그대로

예금자보호한도란 은행, 저축은행 등 금융사가 파산 등으로 고객에게 예금을 돌려줄 수 없게 됐을 때 정부(예금보험공사)가 나서서 대신 지급해주는 한도 금액을 말한다. 원금과 이자를 합쳐 한 금융회사당 1인 5000만원까지 보호해준다. 2011년 '저축은행 사태' 때 안전장치로 주목받았다.

그러나 보호 한도가 해외 주요국에 비해 지나치게 낮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됐다. 미국은 1인당 25만달러(약 3억2575만원), 영국은 8만5000파운드(약 1억4100만원), 일본은 1000만엔(약 9083만원)까지 보호한다. 다른 나라들은 대부분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예금자보호한도를 상향 조정했다. 그러나 우리는 2001년 2000만원이던 예금자보호한도를 5000만원으로 올린 후 지금까지 23년째 그대로다.

현재의 보호한도가 그간 달라진 우리 경제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작년 기준 우리나라의 1인당 GDP(국내총생산)는 약 4187만원으로 2001년(약 1492만원)의 2.8배가 됐다. 경제력이 커지면서 보호한도를 초과한 예금 규모도 해가 갈수록 늘고 있다. 국민의힘 김희곤 의원실에 따르면 국내 은행에서 계좌당 5000만원을 넘는 예금은 2017년 724조3000억원(전체 예금의 61.8%)에서 작년 6월 1152조7000억원(65.7%)으로 증가했다. 우리 경제 규모에 걸맞게 예금자보호한도를 현실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작년 기준, 우리나라의 1인당 GDP 대비 예금자보호한도는 1.2배로 미국(3.3배), 영국(2.3배), 일본(2.3배) 등보다 훨씬 낮다. 이들 국가보다 비대면 거래가 활발한 우리나라는 사이버 뱅크런(bank run·대량 출금 사태)에 더 취약한 구조인데도 예금자보호한도는 한참 못 미치는 것이다.

◇금융권은 대체로 난색

예금자보호한도가 상향되면 저축은행 업계가 가장 이익을 볼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금융학회에 따르면 예금자보호한도를 5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확대할 경우 저축은행 예금이 최대 40% 증가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저축은행 예금자들의 금리 민감도가 타 업권에 비해 훨씬 높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과거 2001년 예금자보호한도를 5000만원으로 올렸을 때도 저축은행으로의 '머니무브'가 거셌다.

그렇다보니 저축은행을 제외한 나머지 금융사들은 난감한 표정이다. 예금 이탈도 문제지만 예금자보호한도를 높일 경우, 그만큼 예보에 매년 내야 하는 보험료 부담이 커지기 때문이다. 예보는 예금자보호기금(부보예금)을 조성하기 위해 각 금융사 예금 잔액의 일부를 보험료(예보료)로 걷고 있다. 현재 예보료율은 은행 0.08%, 저축은행 0.4%, 증권·보험·종합금융사 0.15%로 차등화되는데, 예금자보호한도를 높이면 예보료율도 올라갈 가능성이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대형 은행의 경우 지급불능 위험이 매우 낮은데도 비용(예보료)만 더 내야 하는 셈"이라고 했다.

다만 저축은행 업계도 환영 일색인 것은 아니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상위 업체들만 제한적으로 예금 증가 혜택을 보고 나머지 중소형 업체들은 예보료 압박만 더 심해질 것"이라며 "늘어난 비용이 대출금리 인상이나 예금금리 인하 등으로 고객에게 전가될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그래픽] 국가별 예금자 보호 한도

[그래픽] 국내 은행권의 5000만원 초과 예금과 비율 기고자 : 김은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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