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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인 고민 담은 25분짜리 8편
웨이브 드라마 '박하경 여행기'
주연 맡은 이나영, 4년 만에 복귀

온통 자극적인 조미료투성이 세상이라 더 빛나는 저염식 밥상 같다. 지난달 31일 웨이브를 통해 전편이 공개된 '박하경 여행기'는 무해하다. 그 누구도 죽이지 않고, 불륜도 하지 않는다. 국어 선생인 박하경이 매주 토요일 딱 하루 여행을 떠나, 거기서 만나는 인연과 감상을 25분에 담았다. 배우 이나영이 박하경 역을, 영화 '삼진그룹 영어 토익반' 이종필 감독이 첫 시리즈 연출을 맡았다.

그렇다고 마냥 풍경과 음식을 보여주는 힐링 여행기는 아니다. 25분짜리 8편이지만, 매 회 지금 현대인들이 가진 고민을 여느 장편영화보다 더 충실하게 담아낸다. 이런 식이다. '재능이 없는데, 꿈을 계속 좇는 건 잘못된 일일까.' '왜 한국 사회에서 더는 멜로가 팔리지 않을까.' 누가 정확하게 내 속을 들여다보고 공감해준 것 같아, 아무런 최루 장치들이 없는데도 어느새 눈물이 난다.

4년 만의 브라운관 복귀인 배우 이나영은 자신을 잘 아는 배우 같다. 그는 최근 가진 인터뷰에서 "이번 작품은 시나리오를 받자마자 하고 싶었다"고 했다. 박하경 역을 이나영보다 잘해낼 사람을 쉽게 떠올리긴 어려울 것이다. 배우의 인생 캐릭터로 꼽히는 '네 멋대로 해라'의 '전경'이 나이가 들었다면 박하경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나영은 "매회 아무것도 정해놓지 않고 현장에 충실하려고 했다"며 "멍 때리는 표정조차 더 덜어내고 싶었다. 그럼에도 대본에도 없는데 갑자기 눈물이 쏟아져 이번 컷은 못 쓰겠다 싶은 순간도 있었다"고도 했다. 배우 한예리와 호흡을 맞춘 2화 마지막이 그랬다. 감독이 최종본에서 우는 부분을 덜어냈음에도, 이 장면에서 "도대체 내가 왜 우는지 모르겠지만 눈물이 난다"는 시청자 반응이 많았다. 배우의 진심이 시청자와 통한 셈이다.

전작 '삼진그룹 영어 토익반'에서 여성 연출자로 오해받을 정도로, 여성 서사를 잘 풀어낸 감독은 이번 '박하경 여행기'에서도 장점을 십분 발휘한다. 한예종 영화과 출신인 그는 "학교 다닐 때 촬영 감독으로도 일했는데, 남성 연출자 작품은 호기심이 일지 않아 여성 감독 작품을 많이 촬영했다"고 했다. 그는 "이번 작품을 주변에 보여주니 '너무 좋은데, 진짜 이런 거 해도 돼?'라고 많이 묻더라"며 "주변 연출자들이 한 명 죽이는 걸로는 부족해 더 많은 사람을 죽여야 하고, 어떻게 하면 잔인하게 죽일까를 고민해야 하는 상황에서, 이런 작업을 할 수 있다는 것 자체로 너무 신나고 즐거웠다. 많은 사람은 아니더라도, 누군가는 알아줄 거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나영 외에 구교환, 심은경, 한예리 등 연기파 배우들이 매 회 깜짝 등장하는 것도 재미 요소다. 기고자 : 남정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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