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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내 수위 바닥, 생태계 재앙＂
나토 ＂러시아 소행… 책임 묻겠다＂

우크라이나 남부 노바 카호우카 댐이 러시아의 소행으로 추정되는 폭파 사고로 심각한 피해를 입었다. 20여 개의 수문 가운데 16개가 파괴되면서, 초당 수백 톤의 물이 빠져나가고 있다. 댐이 위치한 드니프로강 하류 일대의 광범위한 지역에 물이 범람하면서 "체르노빌 원전 사고 이후 최악의 생태계 재앙이 초래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노바 카호우카 댐을 운영하는 우크라이나 국영 수력 발전 기업 '우크르이드로에네르고'는 6일 오후(현지 시각) "(수문과 발전 장치를 움직이는) 댐의 내부 기관실에서 폭발이 발생, 총 16개의 수문과 수력 발전소 건물, 제방 일부와 관리동 건물 등이 파괴됐다"고 밝혔다.

당초 30m쯤 허물어졌던 댐 상부는 유출되는 물살로 점점 더 파괴되면서 겨우 형체만 알아볼 수 있는 수준이다. 우크르이드로에네르고는 "시간당 16㎝의 속도로 저수지의 수위가 낮아지고 있고, 점점 빨라지고 있다"며 "2~4일 안에 저수지 수위가 바닥 수준으로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당국에 따르면 현재 댐 하류 24개 도시와 마을에 사는 4만여 명에게 대피령이 내려졌다. 이 가운데 2만5000여 명은 러시아 점령지에 살고 있다. 일부 저지대 마을은 건물 2층까지 물이 들어오기도 했다. 노바 카호우카시(市)는 수위가 최고 12m까지 상승했다. 이곳은 댐에 인접해 댐 폭파 사고 이후 가장 먼저 물에 잠긴 최대 피해 지역이다. 러시아는 이번 사고를 우크라이나의 사보타주(파괴 공작)라고 주장하고 있다.

환경오염 우려도 커지고 있다. 우크르이드로에네르고는 "발전 터빈과 변압기에 들어있던 450톤 이상의 윤활유가 물에 쓸려 갔다"고 밝혔다. 영국 가디언은 "강 범람으로 댐 하류 생태계가 크게 훼손되고, 매설된 지뢰가 흩어지면서 강 유역 전체가 위험해질 것"이라며 "체르노빌 원전 사고 이후 최악의 생태계 재앙이 될 수 있다"고 예상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 유럽연합(EU)은 댐 파괴를 러시아 소행으로 단정하고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제네바 협약(전쟁에서 인도적 대우의 기준을 마련한 국제 협약)에 따라, 핵심 기반 시설인 댐을 일부러 파괴하는 행위는 전쟁 범죄다. 중국도 이례적으로 우려를 표명했다. 장쥔 중국 유엔 주재 대표부 대사는 이날 열린 안전보장이사회 긴급회의에서 "댐 파괴에 따른 인도적·경제적 영향과 생태 환경에 미칠 영향을 깊이 우려한다"고 밝혔다.

한편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댐 파괴가 우리 영토 수복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선언했다. 기고자 : 파리=정철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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