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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노총은 이날 전남 광양지역지부에서 긴급 중앙집행위원회를 열고 경사노위 참여 전면 중단 방침을 결정했다. 회의에는 김동명 위원장과 류기섭 사무총장 등 집행부와 회원 조합 대표자, 지역본부 의장 등 약 50명이 참석했다. 이지현 대변인은 "(한노총) 금속노련 위원장과 사무처장에 대한 폭력 진압은 묵과할 수 없는 노동계에 대한 탄압"이라며 "경사노위를 통한 현 정부와 대화를 전면 중단하고, 윤석열 정부 심판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중앙집행위원회는 이날 경사노위를 완전히 탈퇴할지에 대한 결정은 현 집행부에 위임하기로 했다.
한노총의 경사노위 불참 선언은 윤석열 정부가 추진 중인 노동 개혁에 대한 저항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가 추진하는 노동 개혁도 차질이 생길 수 있다. 한노총은 박근혜 정부 시절이던 2016년 경사노위 전신인 노사정위 참여를 중단하면서도 '탈퇴'라는 표현은 쓰지 않았다. 고용노동부는 "한국노총이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며 대화 복귀를 촉구했다.
한노총은 경사노위 참여 중단을 결정한 직접적 이유로 지난달 30~31일 전남 광양 포항제철소 앞에서 경찰이 한노총 소속 금속노련 위원장과 사무처장을 체포한 것을 꼽고 있다. 고공 농성을 벌인 김준영 사무처장이 경찰관들에게 쇠파이프를 휘두른 혐의 등으로 지난 2일 구속됐지만, 이는 '폭력 진압' '노조 탄압'이라고 주장했다. 한노총이 7일 긴급 중앙집행위원회를 전남 광양에서 연 것도 당시 경찰 진압에 대한 항의 취지가 있다.
하지만 이번 결정의 배경에는 현 정부가 추진하는 노동 개혁에 대한 저항 움직임이 깔렸다는 것이 노동계 안팎과 정부의 분석이다. 현 정부는 대통령이 직접 나서 노동 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노사 모두 법과 원칙을 지켜야 한다는 '노사 법치주의'가 핵심으로, 그동안 성역으로 여겨지던 노조 내부 문제에도 손을 댔다. 노조들이 회계 처리를 제대로 하고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관련 증빙 자료 제출을 요구하는 등 투명성 강화 대책을 강하게 밀어붙였다.
기존의 정부 노동 개혁은 한노총 등 비교적 온건한 노동계와 손잡고 추진하는 경우가 많았다. 경사노위는 이 과정에서 핵심 대화 창구로 활용됐다. 그런데 한노총 현 집행부는 지난 대선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를 공개 지지했고 이후에도 민주당과 공조를 이어가고 있다. 노동계 관계자는 "현 정부의 노동 개혁에 협조할 생각이 별로 없을 것"이라고 했다.
정부는 지난해 말 화물연대 파업 때 '업무 개시 명령'을 발동하며 16일 만에 파업을 끝냈다. 이어 '건폭(建暴)과의 전쟁'을 선포하며 100여 일 동안 불법행위를 저지른 건설 노조원 2800여 명을 적발했다. 법에 따른 단속과 원칙 대응이 이어지면서 건설 현장에서 고질적인 월례비 관행이 사라지는 등 변화가 감지됐고, 정부 지지율도 올라갔다.
반면 한노총은 민노총과 공조를 강화하고 있다. 지난 2월 공동 투쟁을 결의했다. 야당인 민주당도 친(親)노조 색깔이 선명하다. 야당과 노동계가 손잡고 현 정부와 대립각을 세우려는 것이란 해석이 나오고 있다.
노동계와 공식 대화 창구가 막힌 것은 정부에 부담이 될 전망이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노동 개혁 성과를 내려면 노동계 협조도 필요하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한노총이 '대화 중단' 카드를 앞세워 협상력을 높이려 한다는 해석도 있다. 박근혜 정부 시절 대화를 중단한 시점도 총선을 약 넉 달 앞둔 때였다. 한노총은 노동계를 대표해 경사노위에 참여해왔다. 민주노총은 1999년 구조조정 도입에 반발하며 경사노위 전신인 노사정위를 탈퇴한 뒤 현재까지 사회적 대화에 불참하고 있다.
다만, 한노총이 경사노위를 최종 탈퇴할지는 아직 지켜봐야 한다는 전망이 많다. 일부 참석자는 김문수 경사노위 위원장의 과격한 발언 등을 문제 삼으며 탈퇴를 주장하기도 했다. 경사노위는 "대화 중단이라는 한노총의 결정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했다. 기고자 : 곽래건 기자 김경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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