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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대전 직후 군소정당 난립… 입법기능 마비되자 헌법규정 둬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16일(현지 시각) 프랑스 연금 개혁안에 대한 야당과 여론의 반대를 돌파하기 위해 의회(하원) 표결을 건너뛰고 입법하는 강수(强手)를 택했다. 이를 위해 동원한 것이 프랑스 헌법 49조 3항의 특별 규정이다. 정부가 긴급한 상황에서 의회의 동의 없이도 입법을 가능하게 하는 조항이다.

―어떻게 의회를 건너뛸 수 있나?

프랑스 헌법 49조 3항은 '국무총리는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 예산안 또는 사회보장 재정 법안 등의 표결에 대해 정부에 대한 신임을 물을 수 있으며, 24시간 내 정부(내각) 불신임 건의가 발의된 경우를 제외하고 해당 법안은 채택된 것으로 간주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풀이하면 의회 표결이라는 절차를 통하지 않고 정부 법안을 의회에서 채택한 것으로 일단 간주하되, 그에 대해 국무총리 이하 내각이 책임을 지는 것이다. 이 규정을 동원하면 국무회의를 통과한 법안을 총리 책임 아래 입법할 수 있다. 물론 내각이 추후 불신임되면 해당 법안은 무효가 된다.

―왜 이런 조항이 생겼나?

2차 대전 종전 후 등장한 프랑스 제4 공화국의 정치 난맥상이 이런 헌법 조항을 낳았다. 당시 프랑스는 양원제에 기반을 둔 의원내각제를 채택했다. 그러나 전쟁 이후의 사회·이념적 혼란 속에서 군소 정당이 난립하면서 의회가 심각한 분열에 빠지는 문제가 나타났다. 정당 간 이합집산을 통해 툭하면 내각이 불신임당했고, 입법 기능이 마비돼 국정이 총체적 난국에 빠지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결국 오늘날과 같은 강력한 대통령제를 기반으로 총리가 행정부를 책임지고 이끄는 이원집정부제의 제5공화국이 등장했다. 이 과정에서 의회가 분열돼 제 기능을 못하더라도 정부 단독 입법이 가능하도록 한 49조 3항이 헌법에 생겼다.

―과거에도 이 조항이 발동된 적이 있나?

1958년 제5 공화국 헌법 제정 이후 55개 법안에 대해 100회 발동됐다. 근래 가장 유명한 사례는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 재임 때인 2016년의 노동법 개정안이다. 이 법은 주 35시간 노동제를 폐기하고 주당 최장 근무시간을 46시간까지 늘릴 수 있게 했다. 또 일요일 영업 제한을 완화하고, 기업이 직원 고용과 해고, 임금 삭감을 더 쉽게 할 수 있게 했다. 이 법은 "최악의 노동 악법"이라는 비난을 받으며 하원은 물론 상원까지 세 번 연속 퇴짜를 맞았고, 당시 마뉘엘 발스 총리가 5월 10일과 7월 5일, 19일 세 차례에 걸쳐 49조 3항을 발동해야 했다. 기고자 : 파리=정철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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