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종이신문보기

간혹 도시에서 마주치는 동물 조각들이 있다. 복잡하지 않은 대로변, 잘 보이는 자리에 큼직하게 위치한 말·소·돼지 등으로, 우리에게 가축으로 불리는 상대적으로 친숙한 동물들이다. 이 공공예술 프로젝트를 시작한 도시는 미국 오하이오 주의 신시내티 . 독일 이민자가 많고 전통적으로 돼지고기, 소시지, 맥주를 많이 소비하여, 하루 평균 3000마리의 돼지가 도축되는 '돼지도시(Porkpolis)'다. 이런 전통을 기념하기 위해서 신시내티 탄생 200주년이던 1988년에 도심에 네 개의 돼지 조각품을 설치하였다.

이후 반응이 좋았던 조각품의 수는 400개로 늘어났다. 현재까지 '도심의 돼지(Pig in the Cty)'라는 이름의 계속되는 이 프로젝트를 위해서 200군데가 넘는 기업이 후원을 한다. 유지 관리는 모금으로 충당하고, 일정 기간 전시 후에는 공항, 미술관, 호텔, 상점의 쇼윈도 등으로 옮겨져 전시하며, 경매를 통해 자선기금으로도 전환한다.

신시내티의 공식 마라톤 행사는 '날아다니는 돼지 마라톤(Flying Pig Marathon)'이다. 일어날 수 없는 일에 대한 은유와 역설이지만 신시내티 시민들의 마음속에는 늘 돼지가 날고 있다.

작품들은 파이버글라스 재료로 만들어지고 지역의 예술가들이 구상하고 칠한 것들이다. 그 종류도 천사 돼지, 백조 돼지, 웨이터 돼지, 목수 돼지 등 다양하다. 공예의 수준도 높다. 자세히 살펴보면 그 표정이나 의상, 색채, 시선이 현대사회를 사는 우리를 표현하는 듯하다.

이 프로젝트 성공 이후 1998년 치즈가 유명한 스위스 취리히에서는 '소 퍼레이드(Cow Parade)', 경마가 유명한 켄터키주의 렉싱턴에서는 말, 마이애미에서는 플라밍고 조각으로 유사한 공공예술들이 번져나갔다. 반려동물 말고는 동물을 접하기 어려운 도시생활에서 마주치는 이런 예술품은 짧은 순간이지만 우리에게 자연과 인간, 동물의 공존을 생각하게 한다. 기고자 : 박진배 뉴욕 FIT 교수·마이애미대 명예석좌교수
장르 : 연재
본문자수 : 967
표/그림/사진 유무 : 있음
웹편집 :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