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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BC 대표팀, 오늘 호주와 첫 경기… 내일 오후 7시 한일전

"실전에 들어가니까 긴장은 좀 되네요. 그렇지만 좋은, 가벼운 긴장감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2023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WBC)에 출전하는 한국 야구 대표팀을 이끄는 이강철 감독은 8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공식 기자회견에서 '첫 경기를 앞둔 지금의 기분'에 대해 이같이 답했다. 사흘 전 오사카 훈련장에서 "긴장감은 덜하다. 저쪽(도쿄돔)으로 가야 와닿을 것 같다"고 말했던 것과 대비됐다.

9일 낮 12시 시작하는 호주와의 1차전에서 한국은 변화구와 땅볼 유도 능력이 좋은 사이드암 투수 고영표를 선발로 내보낸다. 반면 호주는 베테랑을 내보낼 것이란 예상을 깨고 2000년생 젊은 좌완 투수 잭 올로클린을 선발로 예고했다. 올로클린은 미 프로야구 디트로이트 타이거스 산하 마이너리그 소속으로 196㎝ 장신이며, 지난달 끝난 호주 리그에서 7경기에 등판해 승패 없이 평균자책점 3.27을 기록했다.

◇호주·일본전 앞두고 비장한 각오

한국은 9일 도쿄돔에서 한 시간 반 동안 훈련하며 그라운드 적응에 나섰다. 선수단을 대표해 기자회견에 나선 외야수 김현수와 나성범, 투수 양현종은 "호주를 상대로 전력을 다해 이기겠다"는 각오를 되새겼다. 김현수는 "우리가 준비를 잘해왔지만, 준비한 대로 되지 않는 게 야구"라며 "한번 안 풀리기 시작하면 어려워지므로 처음부터 잘 풀어나가겠다"고 했다. 이강철 감독은 "선수들이 직접 말하진 않았지만 마음속으로 비장한 각오를 품은 것 같다"고 했다.

이 감독은 전날까지만 해도 '일단 호주전만 바라보겠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그런데 이날은 달랐다. 이 감독은 "저희도 말은 하지 않았지만 10일 한일전을 다들 생각하고 있다"며 "호주전에 집중하는 건, 호주를 여유 있게 이기면 일본전에 훨씬 편하게 임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호주전에서 투수를 최대한 아껴서 일본전에 '올인'하고 싶은 생각이 있다"고 했다.

그라운드에서 비교적 느긋해 보이는 선수도 있었다. 2019년 프리미어12 이후 4년 만에 도쿄돔을 다시 찾은 투수 김광현이었다. 1988년생인 그는 도쿄돔이 1988년 개장한 것을 언급하며 "여기가 나랑 동갑"이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김광현은 2009년 WBC 때 도쿄돔에서 일본전 선발로 올랐다가 1과 3분의 1이닝 8실점하며 패전 멍에를 쓴 적이 있다. 김광현은 전날 한신과의 평가전에서 3분의 2이닝 2실점으로 부진했던 대표팀 후배 구창모를 위로하며 그때의 기억을 떠올렸다. 그는 "난 그때 구창모보다 더했다. 한 경기 못했다고 걱정하거나 실망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겨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한국 야구 영욕의 현장

이번 WBC 조별 리그 경기가 열리는 도쿄돔은 한국 야구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장소다. 짜릿한 승리와 치욕스러운 패배가 끊임없이 이어졌다. 특히 홈팀 일본과 대결할 때 명승부가 많이 나왔다.

2006년 WBC 1라운드 한일전에선 8회 이승엽의 역전 투런포로 역전승을 거두며 '약속의 8회'란 말이 나왔다. 2009년 WBC 1라운드에선 일본에 사상 첫 콜드게임 패배 치욕을 당했지만, 이틀 뒤 다시 일본을 만나 선발 봉중근의 5와 3분의 1이닝 무실점 호투와 김태균의 결승타를 앞세워 1대0으로 설욕에 성공했다.

2015년 프리미어12 준결승에서 '일본 선발 오타니 쇼헤이에게 고전하며 8회까지 0-3으로 끌려간 한국은 오타니가 강판당한 직후인 9회에 이대호의 2타점 역전 결승타 등으로 4점을 뽑아 4대3으로 역전승했다. 한국은 기세를 몰아 결승에서 미국을 누르고 대회 초대 챔피언에 올랐다. 그러나 4년 뒤인 2019년 프리미어12에선 수퍼라운드 4차전과 결승에서 일본에 내리 패하며 준우승에 그쳤다.

도쿄돔은 좌중간 및 우중간 펜스까지 거리가 110m로 비교적 짧고, 구장 내 공기 흐름 때문에 타구가 멀리 뻗어 나간다. 이번 대회 8강까지 도쿄돔에서 열리는 만큼 대표팀에는 땅볼 유도 능력이 좋은 투수들이 주로 승선했다.

흙 대신 인조 잔디가 깔린 내야 적응도 관건이다. 인조 잔디는 천연 잔디보다 타구가 빠르게 흐른다. 하지만 김민재 대표팀 수비코치는 "도쿄돔 내야는 타구가 비교적 느리게 구르고 공이 덜 튀는 편"이라며 "여기서 실책을 범한다면 그건 실력 탓"이라고 했다.

[그래픽] 한국 야구 도쿄돔의 추억 / WBC 한국 대표팀 일정 기고자 : 도쿄=김상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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