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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난화 여파로 얼음두께 얇아져 이·착륙 불가능

남극 테라노바만(灣)에 있는 장보고과학기지 해빙(海氷·바다 얼음) 활주로가 사라져 이곳을 드나들던 비행기 운항이 중단된 것으로 확인됐다. 온난화 여파로 얼음 두께가 얇아졌기 때문이다. 비행기 이착륙이 불가능할 정도로 얼음이 얇아진 건 장보고기지가 문을 연 2014년 이래 처음이다.

28일 극지연구소와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장보고기지를 오갈 때 비행기 활주로로 이용하던 바다 얼음 두께가 1.2m를 기록하면서 장보고기지 입출 항공기인 C-130 기종 기준 활주로 요건인 '1.5m' 아래로 떨어졌다. 그 결과, 이후로 최근까지 하늘길이 막힌 상태다. 남극에선 별도 활주로를 건설하지 않고 비행기가 해빙 위에 착륙한다. 이 활주로는 통상 1.6m 내외로 두께가 유지되던 곳이라 우리나라와 이탈리아가 함께 사용해왔다.

1.5m 아래로 활주로 얼음이 얇아진 건 작년 10월 장보고기지에 파견 나간 우리 해양대원이 얼음 두께를 점검하는 과정에서 처음 확인했다. 일 년 내내 장보고기지에서 근무하는 '월동대원'은 11월에 교대한다.

이를 위해 비행기가 바다 얼음에 이착륙할 수 있는지 두께를 확인하는데 '불가' 판정이 내려진 것. 결국 원래는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 공항에서 비행기를 띄워 7시간 안팎 걸려 남극에 도착하면 이 항공편을 타고 대원 교대가 이뤄지는데, 비행기를 띄울 수 없게 되면서 교대가 한 달가량 늦어졌다. 당시 대원들은 뉴질랜드 리틀턴항에서 쇄빙선인 아라온호를 타고 10일간 항해해 장보고기지에 도착했다.

얼음 활주로 폐쇄는 남극이 점점 더워지고 있다는 방증이다. 실제로 장보고기지 앞바다 해빙(解氷·얼음이 녹음) 일수는 늘고 있다. 최근 5년간 해빙 일수는 2018년 48일, 2019년 60일, 2020년 70일로 증가하다가 재작년 58일로 줄어든 후 지난해 다시 75일로 크게 늘었다. 기상청이 장보고기지 앞 해빙 관측을 시작한 2015년 30일과 비교하면 두 배 이상으로 늘었다.

김명운(47) 기상대원은 "바람이 세게 불면 얼음이 깨져 첫 해빙 일자를 기록하는데 올해는 순간 최대 풍속이 시속 5.5m로 약한 상태에서 첫 해빙이 관측됐다"면서 "작년(1월 21일)보다 6일 빨랐다"고 했다.

녹은 바다 얼음이 다시 어는 결빙(結氷) 마지막 관측일도 통상 2~3월이었으나, 작년엔 처음으로 8월까지 늦어졌다. 남극은 6~8월이 가장 추운데, 이 시기에도 온난화 영향으로 해빙과 결빙이 반복됐다는 뜻이다. 기상청은 얼음 활주로 두께가 얇아진 이유도 8월까지 결빙과 해빙이 반복된 영향이라고 분석했다. 남극에서 한겨울인 8월까지 얼음이 녹다 보니 활주로로 쓸 수 있는 1.5m 두께까지 얼지 못했다는 것이다.

앞으로도 비행기를 통한 장보고기지로 인력·물자 수송이 어려울 것으로 보여 쇄빙선이 적극 활용될 예정이다. 기상청은 "월동대원 교대 시기가 남극에선 상대적으로 덜 추운 11월이다 보니 '얼음 활주로'를 더 이상 사용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기고자 : 박상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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