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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투 감독, 이강인 세가지 활용안 고민

"스페인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면 꼭 다시 뽑아 주실 것이라 생각했어요."

이강인(21·마요르카)은 21일 경기 파주NFC(국가대표 트레이닝센터)에서 열린 온라인 기자회견에서 "대표팀 명단이 발표될 때마다 항상 기대했다. 이렇게 합류하게 돼 영광"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23일 코스타리카(고양종합운동장), 27일 카메룬(서울 월드컵경기장)과의 평가전에 나설 대표팀 명단이 발표됐을 때 가장 주목받았다. 1년 6개월 만의 대표팀 복귀였기 때문이다.

◇몸싸움 등 약점 보완해 돌아온 슛돌이

이강인은 올 시즌 스페인 라 리가에서 1골 3도움을 기록하며 맹활약 중이다. 리그 6경기 모두 선발로 출전했고, 3경기는 풀타임을 뛰었다. 상대의 압박을 이겨내기 위해 거친 몸싸움도 마다하지 않는다. 상대가 공격권을 쥐면 측면으로 내려와 수비에 힘을 보탠다. 그는 "경기를 꾸준히 뛰다 보니 좋아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어린 시절부터 '슛돌이' '유학파 축구 영재' 등으로 명성을 얻은 그는 2019년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에선 2골 4도움이라는 활약으로 최우수선수상인 '골든볼'을 받았다. 그해부터 성인 대표팀에 합류했다. 하지만 A매치(국가대항전) 6경기를 뛰는 동안 파울루 벤투 감독을 만족시키지 못했다.

한국이 작년 3월 일본 원정에서 0대3으로 완패했을 때, 이강인은 최전방 공격수로 선발 출전했다. 패스와 연계 플레이가 강점인 그에겐 어울리지 않는 역할이었다. "벤투 감독이 이강인을 적절한 위치에 기용하지 못했다"는 평가와 함께 "이강인의 체력·수비력이 부족하다"는 분석도 나왔다. 결국 이강인은 이후 대표팀에 뽑히지 못했다.

◇이강인에게 맞는 옷은?

벤투 감독이 '달라진 이강인'에게 어떤 역할을 맡길지 관심이 쏠린다. 우선 처진 스트라이커를 고려할 수 있다. 이강인은 이번 시즌 들어 소속팀 마요르카에서 골잡이 베다트 무리키(코소보)와 투톱으로 나서고 있다. 실제로는 무리키보다 약간 아래에서 뛰며 공을 배급한다. 대표팀에선 황의조 등 골 결정력이 높은 공격수들과 호흡을 맞출 수 있다.

두 번째는 이강인이 가장 선호하는 공격형 미드필더다. 공격수보다 한 단계 아래에서 공격과 흐름을 조율하는 역할이다. 그는 지난 시즌 경기당 0.7회의 키패스(슈팅 창출 패스)를 기록했는데, 올해는 2회로 늘었다. 또 최근 리그 경기에서 몸싸움에도 적극적으로 가담하고 있다. 한국 대표팀에서도 미드필더를 소화할 가능성이 있다.

측면 공간을 파고든 뒤 공을 올리는 측면 공격수도 가능하다. 이강인 특유의 날카로운 패스가 빛을 볼 것이라는 평가와 함께 스피드가 떨어지는 이강인에겐 어울리지 않는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그가 '벤투호'에서 당장 출전 기회를 잡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기도 한다.

이강인은 묵묵히 대표팀을 위해 헌신하겠다는 각오다. 그는 "최대한 흥민이 형(손흥민)을 많이 도우려 노력하겠다" "팀에 잘 적응하고, 선수들과 잘 맞춰보겠다"고 다짐했다.

[그래픽] 이강인, 어느 자리에서 뛸 수 있나 기고자 : 김민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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