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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어지는 與 내홍에… 관가 ＂소통 힘들다＂

"곧 발표하실 그 정책의 리스크는 무엇이고 어떻게 대응하겠습니까?" "용산 대통령실, 총리실, 그리고 국민의힘과 협의하고 조율하는 과정을 거쳤습니까?"

윤석열 정부 18부처 중 다수가 여당인 국민의힘과 정책 조율하며 겪는 어려움을 호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준석 대표 징계 문제와 내홍이 여권 리더십 부재로 이어지면서, 공무원 사회를 비롯한 국정 전반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곧 시작되는 국정감사나 연말 '예산 국회' 등을 앞두고 당정 소통 부재(不在)에 따른 우려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매주 목요일 오후 방문규 국무조정실장(장관급)이 주재하는 회의에 참석하는 정부 부처 차관들은 요즘 다음과 같은 다섯 가지 질문을 받고 있다. ①곧 발표하려는 정책과 계획에 위험 요소가 있는가? ②우려되는 위험이 불거질 경우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③용산 대통령실과 협의를 거쳤나? ④여당(국민의힘)과는 사전 협의를 거쳤나? ⑤총리실과 조율하는 과정이 있었나?

이는 국조실이 정책 조율 기능을 강화하겠다며 도입한 A4용지 한 장짜리, 이른바 '체크 리스트'의 일부다. '만 5세 입학'으로 대표되는 교육부의 취학 연령 하향, 국토교통부의 1기 신도시 재건축을 둘러싼 혼선 등 정부 출범 초반 불거진 실책을 되풀이하지 말자는 취지다. 대통령실이 개편을 통해 국정기획수석실을 신설한 것과 맞물려 이달 초 도입됐다.

방문규 국조실장은 통화에서 "관료들이 시간에 쫓겨 정책 생산에만 급급했던 측면이 있었는데 한번 더 소통하자는 차원"이라며 "아무래도 더 신중해지는 측면이 있다"고 했다.

매주 열리는 회의에선 각 부처 차관들이 칸마다 동그라미(O) 또는 가위표(X)를 치고 곧 발표할 정책에 대해 열띤 토의를 하는 모습이 자연스럽게 자리를 잡고 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서로 점검 목록을 돌려보면서 자기 부처뿐 아니라 다른 부처에 대한 피드백을 주는 경우도 많다"며 "예전보다는 실수나 혼선이 덜한 것이 사실"이라고 했다.

그런데 국민의힘과 사전 조율했는지 묻는 칸은 차관 대부분이 가위표를 기입했다고 한다. 지난달 법원의 직무 정지 결정으로 이른바 '주호영 비대위'가 출범 한 달도 되지 않아 해체되고,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중도 사퇴한 권성동 전 원내대표가 임기 막판 원내(院內) 수장으로 역할을 다하지 못한 상황이 오롯이 반영된 것이다. "170석의 야당이 정기국회에서 실력 행사를 예고한 가운데, 거의 모든 정부 부처에서 여당과 정책 조율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 주호영 원내대표 등 새 진용을 갖춘 여당은 25일 고위 당정 회의를 열어 야당이 입법을 추진하는 '노란봉투법' 등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추석 연휴를 앞두고 물가 상승 문제 등을 논의한 당정 회의 때도 주호영 당시 비대위원장이 법원 결정으로 불참해 '반쪽'에 그친 적이 있다. 당정이 20일 실무자급 당정 협의체 구성에도 합의했지만, 한 정부 부처 차관은 국민의힘 지도부 구성 관련 법원 판결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는 상황을 언급하며 "여당 리더십이 안정되지 않는 이상 속도감 있는 국정 운영은 요원하다"고 했다. 기고자 : 김은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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