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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상승·강달러 잡자＂ 지구촌 금리인상 도미노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전례 없는 속도로 기준금리를 올리고 있다. '자이언트 스텝(금리 0.75%포인트 인상)'이 흔해지고 '울트라 스텝(금리 1%포인트 인상)'까지 연이어 등장하고 있다. 광폭의 금리 인상이 확산되는 건 글로벌 인플레이션을 누그러뜨리고, 동시에 미국의 공격적인 금리 인상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올 들어 달러만 독주하는 '킹 달러' 현상이 심화되면서 세계 각국은 수입 물가가 오르고 무역 적자가 커지는 타격을 입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많은 나라가 금리를 올려 통화가치를 방어하려 애쓰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를 비롯한 주요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올 들어 전 세계에서 60개 이상 나라가 기준금리를 올렸다. 그러나 이 같은 금리 인상 릴레이가 세계 경제에 타격을 가져오는 부작용을 초래할 것이라는 경고도 쏟아지고 있다.

◇캐나다는 울트라 스텝, 유로존은 자이언트 스텝

20일(현지 시각) 스웨덴중앙은행은 기준금리를 연 0.75%에서 1.75%로 올렸다. 시장에서는 0.75%포인트 인상을 전망했지만, 예상을 뛰어넘어 1%포인트를 올렸다. 스웨덴중앙은행이 '울트라 스텝'을 단행한 것은 1992년 물가 목표제를 시행한 이후 30년 만이라고 외신들이 보도했다. 앞서 지난 7월에는 캐나다중앙은행이 올해 G7(주요 7국) 가운데 처음으로 울트라 스텝을 밟았다. 캐나다는 지난 2월만 하더라도 연 0.25% 초저금리였지만 3월 0.25%포인트를 올리며 금리 인상을 시작해 4·6월 두 번 '빅 스텝(0.5%포인트 인상)'을 밟았다. 이후 울트라 스텝(7월), 자이언트 스텝(9월) 순으로 불과 6개월 사이에 3%포인트나 금리를 끌어올렸다.

다른 선진국들도 물가 잡기와 통화가치 방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빠른 속도로 금리를 올리는 경쟁을 벌이고 있다. 미 연방준비제도 다음으로 영향력이 큰 유럽중앙은행(ECB)은 지난 7월 0.5%포인트를 올려 '제로(0) 금리'에서 벗어난 뒤, 이달 8일에는 자이언트 스텝을 밟아 두 달 사이에만 1.25%포인트의 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작년 말과 비교해 영국은 0.25%에서 1.75%로, 호주는 0.1%에서 2.35%로 각각 금리를 끌어올렸다. 호주는 6월부터 넉 달 연속 빅 스텝을 선택했다. 이에 따라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여러 선진국에서 오랫동안 유지된 0%대 초저금리가 일본·스위스 정도에만 남았다.

◇금리인상 경쟁, 죄수의 딜레마 빠질수도

각국이 경쟁적으로 통화가치 방어에 안간힘을 쓰면서 세계 경제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 수석 이코노미스트를 지낸 모리스 옵스펠드 캘리포니아대(버클리교) 교수는 21일 기획재정부·한국개발연구원(KDI)이 개최한 콘퍼런스에서 "각국이 경쟁적으로 통화가치를 절상하면 인플레이션을 수출하는 '죄수의 딜레마' 상황에 빠질 수 있다"고 했다.

옵스펠드 교수의 지적은 어떤 나라가 금리를 올려 자국 통화가치를 끌어올리면 그 나라 생산품의 가격이 상승하게 되고, 이를 수입하는 다른 나라들도 자국 물가 안정을 위해 똑같이 금리 인상에 나서는 악순환에 빠진다는 얘기다. 이렇게 되면 결국 모든 나라가 물가상승과 경기둔화의 부작용에 직면하게 된다는 주장이다.

올해 각국이 금리 인상으로 각자의 통화가치를 경쟁적으로 올리는 것은 수출 가격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저마다 통화가치를 깎아내리기 위해 애쓰던 과거의 '환율전쟁'과 반대 개념이다. 그래서 '역(逆)환율 전쟁'이라고 한다. 문제는 이 같은 역환율 전쟁이 선진국들의 금리 수준을 높여 신흥국들에서 자본이 대거 빠져나가는 위기를 촉발할 확률을 높인다는 것이다.

이미 남아시아 국가들의 연쇄 부도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스리랑카는 이미 부도 상태에 빠져 국제통화기금으로부터 29억달러(약 4조원)를 긴급 수혈받기로 했다. 파키스탄 통화는 올 들어 달러 대비 33% 넘게 평가절하됐다. 방글라데시 통화는 17%, 라오스 화폐는 30% 넘게 밀렸다. 옵스펠드 교수는 "서로 과도하게 금리를 올리면 이웃 국가를 궁핍하게 만들고 경기 침체가 올 수 있다"며 "중앙은행끼리 정책 공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래픽] 올해 주요국 기준금리 변화 기고자 : 최형석 기자 손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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