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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세 뒤집기 위해 2차대전 후 첫 동원령… 전쟁 장기화
'위협받으면 모든 수단 쓸 것, 허풍 아니다＂ 핵무기 협박

우크라이나를 7개월째 침공 중인 러시아가 21일(현지 시각) 예비군 동원령을 전격 발표했다. 러시아 전체 예비군 2500만명 중 30만명을 전쟁에 내보내는 것으로, 러시아에서 동원령이 발령된 것은 2차 대전 종전 이후 처음이다. 최근 우크라이나군이 동부 돈바스와 남부 헤르손 지역에서 대대적인 반격을 벌여 상당한 영토를 수복, 러시아군이 수세에 몰리자 전세를 뒤집기 위한 승부수를 던진 것으로 해석된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대국민 연설에서 "러시아와 러시아의 주권, (영토적) 통합성 보호를 위해 부분적 동원을 추진하자는 국방부와 총참모부의 제안을 지지한다"며 "(예비군 동원) 대통령령에 서명했으며 동원 조치는 오늘부터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로이터 통신은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을 인용, "이번에 동원할 예비군 규모는 30만명이며, 이들은 우크라이나 파병 전에 군사 훈련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동원 대상은 이전에 군 복무 경험이 있는 사람들로, 이들에게는 계약직 군인 신분과 급여를 줄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가 30만명의 병력을 우크라이나에 추가로 투입할 경우, 확전이 불가피해 전쟁이 장기화하고 더 많은 희생자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푸틴 대통령은 또 "서방국가들이 러시아를 향해 핵무기 협박을 한다"며 "러시아의 통합성이 위협받으면 우리는 러시아와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가용한 모든 수단을 사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등 서방이) 계속 핵무기로 (우리를) 협박하면 (실제 핵무기 공격) 방향이 그쪽으로 바뀔 수 있다는 점을 (서방이) 알아야 한다"고 경고했다. 이는 상황에 따라 핵무기를 사용할 수도 있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하다. 푸틴 대통령은 "이건 허풍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미 워싱턴포스트는 "푸틴이 공포의 버튼을 누르고, 핵(무기) 위험을 높였다"고 분석했다.

러시아 국방부가 이번에 동원한다고 밝힌 예비군 30만명은 기존에 미국이 집계한 러시아 파병 규모를 훨씬 뛰어넘는 수준이다.

미콜라 비엘리에스코프 우크라이나 국가전략연구소 연구원은 러시아가 개전 이후 지금까지 7개월간 약 20만~25만명의 병력을 우크라이나에 투입한 것으로 집계했다. 우크라이나 합동참모본부는 지금까지 러시아군 5만4810명이 전사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러시아 측은 자국 전사자가 5937명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전체 병력 19만명 중 1만명이 전사했다고 밝혔다. 러시아군이 주장하는 우크라이나군 전사자 6만1207명과는 차이가 크다.

이날 러시아의 동원령에 대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결사 항전을 다짐하며 국제사회의 지원과 지지를 호소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과 진행한 화상 대담에서 "우리 군은 전장에서 더 강해졌다"고 자신했다.

푸틴의 핵무기 발언과 예비군 동원령이 전해진 후 국제사회는 규탄의 목소리를 높였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날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에서 푸틴의 핵무기 사용 시사 발언에 대해 "미친 짓(madness)"이라고 비판했다. 브리지트 브링크 우크라이나 주재 미국 대사는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러시아의 가짜 주민투표와 예비군 동원령은 쇠약함과 실패의 방증"이라며 "미국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점령했다고 주장하는 지역에 대한 권리를 절대로 인정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벤 월리스 영국 국방장관은 푸틴의 동원령 발표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실패하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지적했다.

러시아 국내에서는 예비군 동원령으로 인해 국경이 폐쇄되고 18~65세 남성의 출국 금지 조치가 내려질 것이라는 소문이 돌고 있다고 모스크바타임스가 보도했다. 러시아인이 비자 없이 갈 수 있는 튀르키예·아제르바이잔·조지아·우즈베키스탄·키르기스스탄 등으로 향하는 항공권이 급속도로 팔리고 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튀르키예의 항공사 홈페이지에서는 26일까지 모스크바발 이스탄불행 항공권이 거의 매진됐다.

러시아와 국경을 맞댄 발트 3국도 긴장하는 모양새다. 리투아니아는 러시아의 동원령에 대응, 신속대응군 경계 태세 수준을 상향 조정했다. 아르티스 파브릭스 라트비아 국방장관은 "러시아인이 망명처를 찾는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우크라이나 동부와 남부 4곳에 들어선 친러 행정부는 23~27일 러시아 합병에 관한 주민투표를 실시하겠다고 20일 발표했다.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의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과 루한스크인민공화국(LPR)을 비롯해 남부의 자포리자·헤르손 등 러시아군이 점령하고 있는 지역들이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이번 주민투표가 지난 2014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로부터 크림반도를 빼앗아 합병했던 전례와 똑같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했다. 러시아 국영 타스통신에 따르면, 19일 러시아 국립오피니언연구마케팅연구소의 여론조사 결과, LPR 주민의 83%가 러시아 합병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DPR은 80%, 자포리자 72%, 헤르손 65% 등이었다.

[그래픽] 러시아 우크라이나 병력 피해 규모 기고자 : 이현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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