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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에코플랜트가 인수한 '테스' 싱가포르 공장 가보니

지난 15일 싱가포르 서쪽 투아스 지역에 있는 이웨이스트(E-Waste·전기전자 폐기물) 기업 테스(TES) 공장. 방전된 스마트폰 배터리 같은 IT 기기 폐배터리가 컨베이어 벨트를 타고 쉴 새 없이 파쇄기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파쇄기는 공기를 이용해 종이와 플라스틱 같은 이물질을 제거한 뒤 자석으로 철금속과 비철금속을 분리하고, 남은 물질은 잘게 갈아서 '블랙 매스(black mass)'라는 검은 가루를 쏟아냈다. 토마스 홀버그 테스 배터리 부문 부사장은 "블랙 매스는 폐배터리 재활용을 위한 전(前)처리 과정의 결과물로 흑연과 코발트, 리튬 등이 포함돼 있다"고 설명했다.

파쇄기에서 나온 블랙 매스는 화학적 공정을 위해 약 5m 높이의 원통형 탱크로 옮겨졌다. 탱크 속에서 특정 금속과 결합하는 용매와 섞인 블랙 매스는 단계적으로 흑연, 코발트, 리튬으로 분리됐다. 침전된 코발트와 리튬은 직사각형 형태의 프레스 필터에 와플처럼 달라붙었다. 작업자가 기다란 솔로 필터 겉면을 긁어내자 깔때기를 타고 은회색 코발트와 흰색 리튬 덩어리가 쏟아져 내렸다. 이렇게 회수된 코발트와 리튬은 순도가 99%에 달해 이차전지 제조사에서 배터리를 만드는 소재로 재활용된다.

◇22국 43개 시설서 연 7만t 이웨이스트 재활용

SK에코플랜트가 올해 2월 인수한 테스는 글로벌 시장에서 주목받는 이웨이스트 재활용 전문기업이다. 스마트폰, 노트북, 서버 같은 IT 기기 수요가 증가하면서 전 세계에서 발생하는 이웨이스트 규모는 2020년 약 5400만t에서 2030년 7470만t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현재 발생하는 이웨이스트 중 재활용되는 비율은 17.4%에 불과해 환경오염과 자원 낭비로 이어지고 있다. 특히 전기차 등 희소금속을 핵심 소재로 하는 산업이 발전하면서 세계 각국은 못 쓰는 IT 기기에서 희소금속을 추출하는 이웨이스트 산업에 주목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얼라이드마켓리서치는 2020년 약 500억 달러(약 60조원) 수준인 이웨이스트 산업 규모가 2028년 약 1440억 달러(약 170조원) 수준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웨이스트 업계를 선도하는 테스는 싱가포르를 비롯해 미국·중국·영국·프랑스 등 22국에서 232만㎡(약 756만평) 규모의 처리시설 43곳을 갖추고 있다. 연간 300만개, 약 7만t의 이웨이스트를 재활용하고 있다. 특히 테스는 전기차 폐배터리를 물리적으로 파쇄하는 전처리는 물론 화학적으로 희소금속을 추출해내는 후처리 기술까지 모두 갖추고 있다. 테렌스 응 테스 회장은 "테스가 채택한 폐배터리 후처리 습식공정은 불로 블랙 매스를 가열해 희소금속을 추출하는 건식 공정과 달리 탄소 배출이 없으며, 배터리 원재료 전체를 회수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테스는 올해 말부터 네덜란드 로테르담에 1만t 규모의 전처리 시설을 가동하는 등 현재 연간 1만5000여t 수준인 폐배터리 처리 중량을 2027년 10만t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21조 전기차 폐배터리 시장 경쟁 치열

이웨이스트 산업 중에서도 앞으로 성장 가능성이 가장 큰 분야가 폐배터리 재활용이다. 세계적인 전기차 판매 증가세와 배터리 수명 연한을 감안하면 2030년 폐배터리 세계 시장 규모가 21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내년부터 전기차 배터리 핵심 원료망을 장악한 중국을 글로벌 공급망에서 배제하려는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이 시행되고, EU(유럽연합)가 2030년부터 배터리 원료 재활용을 의무화하기로 한 것도 이런 전망을 뒷받침한다. 이에 국내외 기업들은 폐배터리 재활용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제너럴모터스(GM)는 LG에너지솔루션과의 합작 법인 '얼티엄셀즈'를 통해 북미 배터리 재활용 기업 '리사이클'과 계약을 체결했고, 포드는 SK온과 세운 합작법인 '블루오벌SK' 사업장에서 발생한 폐배터리를 현지 업체 '레드우드 머티리얼즈'를 통해 재활용할 계획이다. SK에코플랜트는 테스에 이어 지난달 미국 폐배터리 재활용 기업인 '어센드 엘리먼츠' 최대주주가 됐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배터리용 광물을 생산하는 신규 광산 확보가 쉽지 않은 데다 IRA까지 시행되면서 폐배터리 재활용 기업에 투자가 몰리고 있다"고 했다.

[그래픽] 글로벌 전기차 폐배터리 시장 전망 / 테스(TES)는 어떤 기업? 기고자 : 싱가포르=신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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