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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B, 두달 사이에 1.25%p 올려

유럽중앙은행(ECB)이 1998년 설립 후 처음으로 '자이언트 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밟았다.

8일(현지 시각) ECB는 통화정책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0.5%에서 1.25%로 올리기로 결정했다. 지난 7월 '빅 스텝(0.5%포인트 인상)'을 밟아 6년간 유지한 '제로(0) 금리'에서 벗어났고, 이날 '자이언트 스텝'을 선택해 두 달 새 금리를 1.25%포인트 올렸다.

ECB가 빠른 속도로 금리를 올린 건 인플레이션 억제가 급했기 때문이다. 유로존(유로화를 쓰는 19국)의 8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9.1%로 역대 최고치였다. 일각에서는 유럽 경제가 둔화될 우려가 있고, 재정난에 시달리는 남유럽 국가들이 국채 이자를 갚기 버거워지기 때문에 '빅 스텝' 정도에 그쳐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지만, ECB는 물가를 누르기 위해 과감하게 '자이언트 스텝'을 선택했다. 유로존에서 금리가 1%대로 올라선 건 2012년 6월 이후 10년 3개월 만이다.

ECB가 큰 폭의 금리 인상을 단행하며 유로화 가치의 가파른 하락에도 일단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최근 유로화 가치는 최근 20년 사이 최저치로 떨어졌다. 지난해만 하더라도 1유로당 1.2달러 정도였지만 최근에는 1달러 수준으로 교환된다. 1년 사이 유로화 가치가 20%가량 하락한 것이다.

ECB뿐 아니라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최근 잇따라 금리를 빠른 속도로 올리고 있다. 전날 캐나다중앙은행이 '자이언트 스텝'을 선택해 기준금리를 연 3.25%로 끌어올렸다. 캐나다는 지난 2월까지만 해도 연 0.25%의 초저금리였지만, 3월 이후 5차례에 걸쳐 금리를 3%포인트나 인상했다.

지난달 27년 만에 '빅 스텝'을 밟으며 금리를 연 1.75%로 인상한 영국중앙은행(BOE)도 오는 15일 통화정책회의에서 '자이언트 스텝'을 선택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말레이시아중앙은행도 8일 금리를 연 2.25%에서 2.5%로 올렸다.

각국의 잇따른 금리 인상은 물가를 안정시키겠다는 목적이 크지만, 미 연방준비제도(이하 연준)의 금리 인상 기조에 대응하기 위한 성격도 있다. 달러 강세를 방치하면 자국 통화 가치가 추가로 하락하고, 그에 따른 수입 물가 상승으로 인플레이션이 더 심각해질 수 있다. 달러와 가장 많이 거래되는 통화가 유로화이므로 이번 ECB의 '자이언트 스텝'이 글로벌 강달러 현상을 완화하는 효과로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연준이 오는 20~21일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지난 6, 7월에 이어 3연속 '자이언트 스텝'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다. 비둘기파(저금리 선호)로 통하는 연준 2인자 레이얼 브레이너드 부의장조차 7일 "물가 수준을 떨어뜨릴 때까지 기준금리는 더 올라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은행은 8일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서 "미국의 빠른 금리 인상으로 신흥국에서 금융 불안이 확산될 경우 그 충격이 국내에 빠르게 전이될 우려가 있다"고 했다. 기고자 : 손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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