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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생자 장례식장 곳곳서 오열

8일 포항시 포항의료원 장례식장에서는 태풍 '힌남노'가 포항을 덮친 지난 6일 인덕동 아파트 지하 주차장 침수로 숨진 희생자들의 입관식이 잇따라 있었다. 또 이번에 삶의 터전을 잃은 이재민 320여 명은 임시대피소에서 추석을 맞이하게 됐다. 두 곳에서는 이날 온종일 통곡과 흐느낌, 그리고 한숨이 흘렀다.

이날 오후 3시 20분쯤, 포항의료원 장례식장에서는 희생자 중 가장 어린 김모(14)군의 입관식이 열렸다. 김군은 6일 새벽 지하 주차장에 차를 빼러 가는 어머니를 따라 나섰다가 변을 당했다. 물이 차오르며 생사가 오가는 순간 김군의 어머니는 '너라도 살아야 한다'며 아들을 먼저 대피시켰지만 출구를 향해 나갔던 아들은 결국 주검으로 돌아왔고, 배관 위에서 버틴 어머니는 구조됐다. 김군의 어머니는 아들의 입관 시간에 맞춰 입관실로 들어갔지만 10분 만에 들것에 실려 나와 구급차를 타고 병원으로 이송됐다.

형의 차를 빼러 갔다가 지하 주차장에서 변을 당한 서모(22)씨의 입관식에서 서씨의 아버지는 "아빠가 미안해, 혼자 둬서 미안해"라고 흐느꼈다. 부부 남모(71)씨와 권모(65)씨의 입관식에서는 손자 중 한 명이 "먼 길 조심히 가세요"라며 돌아가신 할머니의 다리를 주물렀다.

한편, 포항시 남구 대송면 대송다목적복지관 임시 대피소에는 제내리 마을 주민 100여 명이 사흘째 머물고 있었다. 이들 대부분은 옷은커녕 양말도 제대로 못 챙기고 나왔다. 베개 대신 외투를 말았고, 종이 박스나 돗자리를 바닥에 깔아 겨우 몸을 뉘어 잠을 청하고 있다. 제내2리 이장 김용철(60)씨는 "산 사람 앉을 곳, 누울 곳도 없는 형편인데, 추석이라고 죽은 사람 차례는 생각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추석 대목을 앞뒀던 상인들도 침울했다. 대송면 오천시장에서 떡집을 하는 송종연(67)씨는 침수 피해로 떡 찌는 기계 6개 중 4개가 고장 났다. 송씨는 주문 전화는 빗발치는데 물건을 댈 형편이 아니라고 했다. 그는 "수해 복구를 위해 봉사하는 사람들 줄 떡 주문만 겨우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기고자 : 포항=김준호 기자 포항=신지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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