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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 1400원 초읽기 '경제체력' 고갈 위기

글로벌 인플레이션으로 수입 부담은 급증하는 가운데 수출은 둔화되는 조짐이 뚜렷해지면서 한국 경제에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올 들어 국제 원자재 가격 폭등과 원화 가치 급락이 맞물려 최근 5개월 연속 무역적자를 기록하면서 8월까지 무역적자가 247억달러에 달하고 있는데 상황이 자꾸 악화되는 중이라서다. 이에 대해 정부 당국자들은 경상수지가 흑자라서 외환 위기와 같은 국가적 위기로는 확대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상품의 수출입만 계산하는 무역수지와 달리 해외 생산 및 서비스·자본의 이동까지 망라한 경상수지로 보면 여전히 흑자 기조가 유지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 변화가 감지된다. 7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7월 경상수지 흑자(10억9000만달러)가 작년 7월(77억1000만달러)의 7분의 1로 급감했기 때문이다. 김영환 한은 금융통계부장은 8월 경상수지에 대해 "적자 전환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해외에 보내는 배당이 몰리는 시기인 4월을 제외하고 월간 경상수지가 적자를 기록하는 것은 2012년 1월 이후 10년간 없었던 일이다.

무엇보다 경상수지를 구성하는 4가지 항목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상품수지가 급격히 악화됐다는 것이 문제다. 올 들어 역대 최대 규모의 무역적자가 발생하는데도 불구하고 상품수지는 매월 흑자를 보였는데 7월에는 결국 적자(11억8000만달러)를 기록했다.

상품수지가 6월까지 꾸준히 흑자였던 것은 국경 통관을 기준으로 삼는 무역수지와 달리 국내 기업의 해외 공장에서 수출하는 물량까지 포함해서 계산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의 베트남 공장에서 만든 스마트폰을 미국으로 수출하면 무역수지 집계에서는 제외되지만, 상품수지에는 포함된다. 상품수지가 적자라는 건 이런 해외에서의 수출분까지 합쳐도 대외 상품 교역에서 손해를 본다는 뜻이다.

특히, 원자재 가격 폭등과 원화 가치 하락으로 7월에 원자재 수입액이 작년 7월보다 35.5% 증가했다. 수입액 증가율이 원유 99.3%, 가스 58.9%에 달할 정도다.

이렇게 수입이 급증하는 데 반해 우리나라의 최대 수출국인 중국의 경기가 나쁜 데다, 세계 경제 둔화로 글로벌 수요가 위축되고 있어 수출은 감소할 우려가 크다. 게다가 원화 가치가 계속 하락하고 있어 원자재 수입에 점점 더 많은 돈을 써야 한다. 예전과 달리 원화 가치 하락을 지렛대 삼아 수출 증대 효과를 누리기도 어려워졌다. 국내에서 수출하는 제품에 들어가는 중간재 수입이 늘었고, 해외로 생산시설을 이전한 기업이 많기 때문이다. 국내 기업의 해외 법인은 2000년에는 1만2705개였지만, 2020년에는 7만8640개로 20년 사이 6.2배로 늘었다.

무역수지에 이어 경상수지마저 적자로 돌아선다면 한국 경제의 기초 체력이 떨어지게 된다는 뜻이고, 국제 신인도가 하락할 수도 있다. 이럴 경우 외환시장도 불안감이 가중돼 원화 가치가 하락하면서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

이런 상황이 악화돼 만약 연간 경상수지 적자를 낸다면 외환 위기 당시인 1997년 이후 25년간 경험해보지 못한 일이 닥치는 것이다. 글로벌 금융 위기 때도 경상수지 흑자는 지켜냈다. 김정식 연세대 명예교수는 "현재까지 상황으로 보면 올해도 연간 경상수지 흑자는 지킬 수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더 튼튼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무역수지·상품수지·경상수지

무역수지는 수출에서 수입을 뺀 금액이다. 상품수지도 수출입 차이지만, 국경 통과를 기준으로 하는 무역수지와 달리 국내 기업의 해외 공장 수출분도 포함된다. 경상수지는 상품 수출입 외에 서비스와 배당, 이자 등 자금 거래까지 포함한 개념이다. 한 국가가 벌어들인 돈을 통칭한다. 경상수지는 무역수지가 아니라 상품수지로 계산한다.

[그래픽] 1년 사이 경상수지·상품수지 변화 기고자 : 손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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