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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해를 지키자고? 한글로만 읽으면 오해할 소지가 있다. 여기서 말하는 '공해'란 여러 가지 쓰레기 따위로 공기와 물이 더러워지고 자연환경이 파괴되는 문제를 말하는 공해(公害)가 아니라, 모두의 바다를 뜻하는 공해(公海)다. 갑자기 공해 논의를 제기한 건 '심심'하기 때문이 아니다. 최근 모두의 바다인 공해를 더러운 공해로부터 지키자는 국제적 논의가 물거품이 되었기 때문이다.

바다는 지구 표면의 70%를 차지하고, 그 가운데 영해(領海)에 포함되지 않는 공해는 전체의 61%를 차지한다. 각국의 통치권이 미치는 영해와 달리 공해는 어느 나라든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보니 환경 보호에는 신경 쓰지 않는 지역이 되었고, 해양 동물 남획과 각종 쓰레기 투기로 나날이 파괴되는 중이었다. 이에 그린피스를 중심으로 공해상에서 2%에 불과한 해양 보호 구역을 2030년까지 30%로 확대하는 내용을 담은 국제 해양 조약을 추진했으나, 지난 8월 유엔 해양생물다양성보전(BBNJ) 협약 5차 정부 간 회의에서 부결되었다.

공해 논쟁을 지켜보면서 국제법의 아버지라는 네덜란드의 휘호 흐로티위스(1583~1645)가 생각났다. 그는 지금부터 400여 년 전인 1609년 '자유로운 바다(Mare Liberum)'라는 글을 써서 어떤 국가도 바다에 대한 독점적 관할권을 주장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반대하여 영국의 법률가인 존 셀던(1584~1654)은 '닫힌 바다(Mare Clausum)'를 통해 바다에 대한 영국의 배타적 소유권을 주장했다. 두 사람은 각각 네덜란드 동인도회사와 찰스 1세라는 의뢰인을 위해 법률적 변론서를 썼을 뿐이다. 하지만 이들을 통해 해양 국제법이 탄생했다. 오늘날 해양 국제법에 이동의 자유와 합리적 관할권이라는 두 요소가 혼합된 이유다.

우리에게는 임진왜란과 병자호란 사이에 지구 맞은편에서 발생한 논쟁이지만, 우리의 바다 역시 논쟁을 피할 수 없었다. '자유로운 바다'와 '닫힌 바다' 가운데 지금 우리는 어디를 지향해야 하는가? 대국(大國)의 이해관계를 넘어 모두가 공유할 수 있는 해양 공간을 주도해야 할 때다. 기고자 : 조영헌 고려대 역사교육과 교수
장르 : 고정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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