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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사복 기업 아오키 前 회장
＂모리 병문안때 200만엔 줘＂ 진술

지난해 여름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 개최돼 주목받은 도쿄올림픽이 폐막 1년 만에 '뇌물 스캔들'로 얼룩지고 있다. 일본의 유명 기업인 아오키·가도카와·다이코가 올림픽 조직위의 실세 이사에게 뇌물을 주고 공식 후원사가 됐다는 혐의가 검찰 수사로 구체화하고 있다. 더욱이 올림픽 조직위원장이었던 모리 요시로(森喜朗·사진) 전 총리가 후원사에서 현금을 받았다는 진술도 나와 일본 사회에 충격을 주고 있다.

6일 도쿄지검 특수부는 도쿄올림픽 대회조직위의 다카하시 하루유키(78) 전(前) 이사를 뇌물 수수 혐의로 체포했다. 또 뇌물 수수를 도운 다카하시 전 이사의 지인 후카미 가즈마사(73)씨와 뇌물을 준 출판·영화·디지털콘텐츠 기업 가도카와의 임직원 2명도 체포했다. 다카하시 전 이사는 지난달 일본 신사복 기업인 아오키홀딩스에서 뇌물을 수수한 혐의로 체포된 바 있다. 6일이 아오키 뇌물 건에 대한 구속 수사 만료일이었는데 검찰은 다른 혐의로 다시 체포해 구속 수사 기간을 늘렸다. 당시 아오키홀딩스의 아오키 히로노리(83) 전 회장과 아오키 다카히사(76) 부회장도 같은 혐의로 체포됐다. 도쿄지검은 지난 5일에는 간사이 지역 대표 광고회사인 다이코의 오사카 본사를 같은 혐의로 수색했다.

다카하시 전 이사는 기업들이 올림픽 후원사에 선정되도록 도와주는 대신, 본인과 연관된 컨설팅 회사에 컨설팅비를 지불하도록 했다. 가도카와는 다카하시 전 이사의 지인이 운영하는 컨설팅 회사에 7600만엔(약 7억4000만원)을 지불했다. 다이코도 같은 회사에 컨설팅비 명목으로 1400만엔을 지불했다. 아오키홀딩스는 다카하시 전 이사가 대표로 있는 컨설팅 회사에 5100만엔(약 5억원)을 지불했다. 이들 3사는 모두 올림픽 후원사로 선정됐을 뿐만 아니라, 아오키홀딩스는 추가 후원금 납입 때 할인 혜택을 받기도 했다.

일본 최대 광고대행사인 덴쓰(電通) 전무 출신인 다카하시 전 이사는 올림픽 조직위에서 일본 기업과 연이 닿는 유일한 고위급 인사였다. 여기에 조직위에는 150명 이상의 덴쓰 직원이 실무자로 파견 나와, 올림픽 마케팅을 포함한 업무를 장악했다. 일본의 한 주간지는 "조직위 내부에서는 '덴쓰의 지배'라는 말이 나왔다"고 보도했다. 도쿄올림픽 당시 조직위는 일본 기업 68곳을 후원사로 선정해 총 3761억엔(약 3조7000억원)에 달하는 후원금을 받았다.

도쿄지검 특수부는 정치인 수사로 유명한데, 이번 수사가 결국 여당인 자민당을 흔들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산케이신문은 특수부가 아오키홀딩스의 아오키 전 회장에게서 암 치료 중인 모리 요시로(85) 전 총리에게 병문안 갔다가 2차례에 걸쳐 현금 200만엔(약 1950만원)을 줬다는 진술을 확보했다고 보도했다. 모리 전 총리에게 아오키 전 회장을 소개한 인물은 다카하시 전 이사다.

모리 전 총리는 2014년 1월부터 2021년 2월까지 올림픽 조직위원장으로 재직했다. 그는 자민당 최대 파벌인 아베파의 원로로, 여전히 막후 실세로 꼽힌다. 아베 신조 전 총리의 피격 사망 이후에는 아베파를 대표해 기시다 총리에게 각료를 추천해 관철하는 역할도 했다. 그는 뇌물 수수를 부인하지만, 혐의가 사실로 드러날 경우 아베파는 다시 구심점을 잃고 붕괴할 가능성도 있다. 올림픽 조직위의 부회장을 지낸 자민당의 엔도 도시아키 총무회장은 이날 뇌물 스캔들과 관련, "매우 놀라고 있다"며 "사실이라면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기고자 : 도쿄=성호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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