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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현·지우·이규석·이정봉·K2… 어떤 가요: 추억의 90-00 콘서트

"젊은 신랑분들이 그렇게 '유리의 성'을 축가로 불러달래요. 난감하죠."

최근 서울 양재동 'K2노래방'에서 만난 가수 K2(본명 김성면·55)가 웃으며 말했다. '유리의 성'은 그룹 피노키오 출신인 그가 1999년 솔로곡으로 발매한 록발라드. 그가 즉석에서 불러준 가사는 다음과 같았다. "다시 만날 거야~ 저 하늘 위에서~." K2 옆에 나란히 앉아있던 가수 이정봉(49), 이규석(59), 그룹 에메랄드 캐슬 출신 지우(52), 조정현(58)도 "그런 상황 나도 알아" "우린 노래가 다 슬프잖아" "식장에 어르신들도 계신데 항상 당황스러워"라며 한마디씩 거들었다.

이런 공감은 이 5인이 1990년대 슬픈 가사의 록발라드 전성기를 이끈 대표 주자들이기에 가능한 것이다. 이들은 특히 '2000년대 노래방 차트 어벤저스'로도 불린다. 전국 노래방 벽지에 붙던 월간, 주간 단위 인기곡 순위 차트에 이들의 이름이 자주 등장했기 때문. 80~90년대 가요계의 암묵적 입소문 인기 척도가 '길보드 차트(길거리 노점상 인기 차트)'였다면, 2000년대는 이 노래방 차트가 그 역할을 대체했었다.

이날 모인 것도 그런 특성을 살린 공연 연습 때문이었다. 이들은 오는 2일 오후 5시 서울 마포아트센터 아트홀에서 '어떤 가요: 추억의 90-00 콘서트'를 연다. 이정봉은 "저도 이제 적지 않은 나이인데 공연팀 막내가 됐다"며 "이 멤버가 다 같이 모여 공연하는 건 처음이다. 설렌다"고 했다.

이들은 특히 "콘서트장이 우렁찬 남성 떼창으로만 뒤덮일 것"이라며 웃었다. 발표한 노래 중엔 여성보단 40·50대 남성들의 학창 시절 노래방 추억을 소환하는 인기곡이 많기 때문이다. "아, 간혹 여자분도 '팬이에요' 할 때가 있어요. 헤어진 남친이 노래방에서 매일 불렀대요. 하하(K2)." 조정현은 "난 남성 팬들이 그렇게 감사를 표한다"고 했다. "형님 곡이 여자들한테 점수 따는 데는 최고였어요! 하더라고."

공연 중 각자 대표곡 2~3곡씩만 불러도 "떼창하다 2시간이 훌쩍 갈 것"이라고 했다. 이정봉은 '어떤가요', 지우는 에메랄드 캐슬의 '발걸음', 조정현은 '그 아픔까지 사랑한 거야' '슬픈 바다', K2김성면은 '사랑과 우정 사이(피노키오 활동곡)' '유리의 성' '그녀의 연인에게' 등. 열 손가락을 동원해 각자의 히트곡을 세어보는데 갑자기 이규석에게 "형님이 그래도 여성 팬이 가장 많으셨겠네"란 다른 네 명의 부러움이 쏟아졌다. 이들 대비 이규석은 '기차와 소나무' '너에게 나는' 등 그의 감미로운 미성을 살린 서정적인 포크송 히트곡이 많기 때문이다.

이들의 곡은 수년 전부터 20·30대 사이 역주행 인기도 얻고 있다. K2, 이정봉 등이 출연했던 JTBC 슈가맨(재작년 종영), 지우가 출연했던 MBC 복면가왕 등 '옛날 가요 듣기' 예능이 대거 등장한 게 계기였다.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88'에 삽입됐던 조정현의 '슬픈 바다'는 해당 드라마가 최근 OTT 플랫폼에서 역주행하면서 덩달아 인기를 끌었다.

에메랄드 캐슬 지우는 "요새 발라드는 MR 반주 깔고 부르는 노래가 됐지만 우리는 전부 라이브 밴드 연주로 곡 작업을 했다. 그게 신선해서 젊은 세대에게 어필이 된 것 같다"고 했다. 그럼에도 아쉬운 건 "그간 K팝, 트로트 인기에 밀려 계속 줄어든 공연 무대가 코로나 팬데믹으로 더욱 줄어든 것"이라고 했다.

올해 데뷔 30주년을 맞았다는 K2가 말했다. "저희 다섯 명 평균 데뷔 연차도 30년 이상인데 이번 공연은 유독 새롭게 느껴져요. 이걸 계기로 관객도 저희도 마음껏 노래하는 무대가 계속 이어졌으면 좋겠습니다." 기고자 : 윤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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