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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 지연 심각, 위기대응 '구멍'

23일로 출범 45일째를 맞은 윤석열 정부의 경제 부처 인사가 지연되면서 기획재정부를 비롯한 주요 부처 간부들이 '직무대리'로 일하고 있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직대 정부'라는 말이 나온다. 물가 정책을 담당하는 기획재정부 경제정책국장, 민생경제정책관(국장급) 자리도 비어있는 지경이다. 유류세와 종합부동산세를 담당하는 재산소비세정책관도 공석이다.

이날 기재부는 차관보, 기획조정실장, 세제실장 등 1급 3명을 뒤늦게 임명했지만, 국장급 주요 보직이 공석인 곳이 적지 않아 과장급들이 대행하는 상황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위원장이 지명되지 않았다.

기재부의 한 과장은 "물가, 환율 등 곳곳에서 전쟁이 한창인데 주요 작전 지역의 사단장 발령이 안 나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지난달 소비자물가가 5.4% 급등하고 금융시장이 출렁이는 가운데 공공기관 개혁, 부동산 세제 개편 등 과제가 산적한 비상 상황이다. 대통령과 경제부총리가 연일 "복합 위기가 닥친다"고 비상 상황을 강조하면서도 정작 경제 부처 인사는 여기저기 구멍이 뚫려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물가 라인 40일 넘게 공석

물가 정책 라인은 기재부 차관보가 지휘하는데 전임 한훈 차관보가 지난달 13일 통계청장으로 자리를 옮긴 이후 지난 22일까지 41일간이나 비어있었다. 23일에야 정식 임명된 이형일 전 청와대 경제금융비서관이 정식 발령도 받지 못한 채 사실상 차관보 역할을 하면서 버텼다. 경제정책국장은 고위공무원 승진을 못한 부이사관이 역할을 대리하고 있고, 민생경제정책관은 아예 대리도 없는 상태다.

경제정책국장은 정책, 물가, 자금 시장을 총괄하고, 민생경제정책관은 물가를 전담하는 역할을 맡는다. 한국은행 출신이 주로 맡는데 계속 비워 놓고 있다.

박근혜 정부의 경우 출범 50일이 넘어서야 차관보, 세제실장, 예산실장 등 기재부 1급 6명 가운데 5명 인사가 났고, 인수위원회 없이 출범한 문재인 정부의 경우 두 달이 넘도록 차관급·1급 인사가 마무리되지 않았던 전례가 있다. 하지만 고(高)물가, 고환율, 고금리 등 위기 상황이 닥친 만큼 경제 부처 인사 지연으로 인한 문제는 더 심각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종부세·유류세 담당 국장도 공석

세제실의 핵심인 재산소비세정책관 자리는 전임자가 지난달 17일 경제부총리 비서실장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38일째 비어 있다. 종합부동산세, 양도소득세 등 부동산 세제와 유류세 등 에너지 세제를 총괄하는 자리다.

다른 부처도 인사가 늦어지기는 마찬가지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위원장이 임명되지 않은 데다 사무처장과 3명의 상임위원 가운데 1명 등 2개 1급 직위가 공석이다. 23일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이 장중 1300원을 넘어서는 등 금융·외환 시장이 심상치 않은 상황인데, 김주현 금융위원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 역시 지연되고 있다.

금융위원회 한 국장은 "연일 금융시장이 불안하다는 뉴스가 신문에 기사가 대문짝만 하게 나오는데 주무 부처 장관이 없다는 건 말이 안 된다"며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 등 인사 요인이 있는데 위원장 임명이 늦어지면서 금융 당국 전반이 업무에 집중을 못하고 있다"고 했다.

농림축산식품부 역시 차관보, 기조실장이 공석이라 각각 농촌정책국장, 축산정책국장이 직무대리 중이다. 보건복지부도 기획조정실장과 보건의료실장이 이런 상황이다.

용산 대통령실에 파견된 경제 부처의 국장급, 과장급들도 아직 정식 발령이 나지 않아 '출장' 상태에서 근무하고 있다. 경제금융비서관 등 1급 비서관들을 비롯해 국장급, 과장급 행정관들도 직책 수당을 받지 못한 채 기본급과 출장비만 받으면서 근무 중이다.

[그래픽] 공석이거나 임명 늦어지는 경제 부처 주요 직위 기고자 : 정석우 기자 황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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