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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달 1일 지방선거를 앞두고 느닷없이 삼성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단체장 후보자들이 삼성그룹 의사와 무관하게 공장·사업부 유치를 공약하고 나섰기 때문인데요. 강원도지사 선거에 출마한 국민의힘 김진태 후보는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원주 유치를 핵심 공약으로 내세웠습니다. 그러자 더불어민주당 이광재 후보는 삼성전자 의료기기 사업부를 유치하겠다고 했습니다. 유력 정치인들의 삼성 유치 공약에 강원도 표심(票心)이 들썩인다고 합니다.

정작 당사자인 삼성은 난감한 입장이라고 합니다. 혹시라도 선거에 영향을 미칠까 공식 답변은 피하지만, "사전 논의도 없었고, 실현 가능성도 높아 보이지 않는다"는 게 내부 분위기입니다. 이유는 많습니다. 반도체·의료기기 분야 모두 석·박사급 연구·개발(R&D) 인재를 뽑으려면 회사가 수도권 근처여야 한다는 겁니다. 또 반도체 공장은 기존 공장, 수많은 협력사와 가까운 곳에 있어야 시너지가 난다는 특성도 있습니다. 그런데도 정치인들은 기업 의사와 무관하게 공약부터 덜컥 내놓은 것이죠. 재계 관계자는 "예전엔 한 정치인이 '삼성 유치가 확정됐다'고 말해 삼성이 발칵 뒤집힌 적도 있었다"고 합니다.

삼성이 정치 논리에 휘둘리는 건 공장 유치 논란뿐만이 아닙니다. 삼성은 문재인 정부에서 당초 계획보다 3만명을 더 뽑았습니다. 2018년 7월 인도의 삼성 스마트폰 공장 준공식에 참석한 문 대통령이 이재용 부회장에게 "한국에서도 일자리를 더 만들어달라"고 하자, 다음 달 삼성은 "3년간 4만명을 직접 채용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애초 계획했던 신규 고용 규모는 2만~2만5000명이지만, 최대 2만명을 더 뽑겠다고 한 겁니다. 정부가 작년 8월 이 부회장을 가석방하면서 "국익을 위한 결정"이라고 하자 삼성은 "앞으로 3년간 4만명을 추가 채용한다"고 발표했습니다. 계획은 3만명이었는데 첨단 산업 위주로 1만명을 더 뽑겠다고 한 겁니다.

그런데도 정작 정부는 반도체 업계의 숙원이었던 수도권 대학 정원 완화 등 핵심 규제는 풀어주지 않았습니다. 언제까지 정치권이 기업을 맘대로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지, 기업은 언제까지 정치권 눈치를 봐야 하는지 새 정부에서는 달라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기고자 : 박순찬 기자
장르 : 고정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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