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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 더불어민주당을 출입하던 때 자주 들은 말이 있다. "내가 노무현 청와대에서 일할 때" "노무현 정신은" 같은 말이다. 문재인 정부에서 '노무현 사람'이라는 건 큰 자랑거리였다. 한때 자신들을 '폐족'이라고 부르던 노무현 사람들이 2017년 문재인 정부로 돌아와 요직을 꿰찼다. 정확히 10년 만이었다.

정권 말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한 박탈)을 밀어붙이고 있는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노무현 청와대 법무비서관 출신이다.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권칠승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청와대 행정관이었다. 전해철 행정안전부 장관은 민정비서관을 지냈다. 노무현 정부 국무총리를 지낸 이해찬 전 대표가 정권 초기 당권을 잡으려고 등판하면서 민주당도 옛 '친노' 일색이 됐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내각 인선에서도 비슷한 일이 '평행 이론'처럼 나타나고 있다. 세 차례 발표한 초기 내각 후보자 발표에서 이명박(MB) 청와대 출신이 10년 만에 다시 대거 등장했다. 한화진 환경부 장관 후보자, 조승환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는 이명박 청와대 행정관 출신이다. 외교부 장관에 지명된 4선 박진 의원은 옛 MB계 인사다.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 내정자는 이명박 정부 때 청와대 경제수석과 정책실장을 지냈다.

18개 부처 장관 인선이 마무리됐지만 윤 당선인의 최측근 아니면 이명박 청와대 출신으로 채워졌다. 참신한 새 인물은 없었고, 안철수계도 배제됐다. 국민의힘 새 원내대표에 이명박 정부 청와대 법무비서관 등을 지낸 권성동 의원이 선출됐고, 친이계 장제원 의원이 윤 당선인 비서실장을 맡으며 당도 MB계 중심으로 흘러가고 있다.

윤 당선인이 이들을 임명하면서 내세운 명분은 '검증된 실력'이다. 윤 당선인은 "지역·성별 안배 없이 오로지 실력 위주의 인사를 하겠다"고 해왔다. 이에 따라 과거 보수 정권에서 일한 경험이 있는 사람, 자신과 함께 일해본 사람 위주로 임명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아는 사람', 특히 '노무현 청와대에서 같이 일해 본 사람'을 요직에 중용한 문재인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과 다르지 않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윤 당선인은 후보 시절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단일화를 발표하며 "국민 통합 정부를 만들겠다"고 했다. 하지만 내각 인선을 보면 '통합 정부'는 요원해 보인다.

안 대표 측 최진석 서강대 명예교수는 2차 내각 인선 발표 직후 페이스북에 이렇게 썼다. "안철수는 박근혜 이명박 정권의 재판(再版)이 되지 않게 할 유일한 '송곳'이다. 내면이 작으면 찔릴까 봐 겁먹고 송곳을 쉽게 버리려 한다. 문재인 정권의 약점은 자칭 폐족들 사이에 '송곳'을 단 하나도 허용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 폐족들은 부동산 등과 같은 노무현 대통령 때의 실정을 그대로 반복했고 결국 5년 만에 정권을 내줬다." 윤 당선인이 '송곳' 하나쯤은 놓을 용기를 냈으면 한다. 기고자 : 이슬비 여론독자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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