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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사태 마무리돼 '일정 연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참석하는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가 24일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이틀간 일정으로 개막했다. 나토 동맹 32국과 파트너국 등 40여 국 정상과 고위 대표단이 참석하는 이번 회의는 개막 전부터 '트럼프의, 트럼프에 의한, 트럼프를 위한 회담'이 될 것이라며 주목을 받아왔다. 트럼프가 집권 1기부터 줄기차게 주장해 온 동맹국들의 국방비 지출 확대 목표를 동맹국 합의를 통해 확실하게 못 박는 것이 이번 회의의 목표다.

트럼프는 당초 계획보다 늦은 이날 오전 네덜란드 헤이그를 향해 떠났다. 전날 오후 이란의 카타르 미군 기지 공격과 뒤이은 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격 휴전 합의 조율 및 발표 등으로 출발이 지체됐다. 대신 일정을 소폭 연장할 것으로 알려졌다. 본래 25일 오전에 열리는 북대서양이사회(NAC)에 참석 후 바로 귀국하려 했으나, 헤이그에 좀 더 머물면서 한자리에 모인 G7(7국) 및 유럽 각국 정상 및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도 양자 회담을 할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대면 외교'의 큰 장이 서는 셈이다. 당초 예정됐던 트럼프와 한국·일본·호주·뉴질랜드 등 인태 파트너 4국(IP4)의 만남은 이재명 대통령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의 불참으로 무산됐다.

이스라엘과 이란 간 무력 충돌에 개입해 '힘을 통한 평화'를 달성했다고 주장하고 있는 트럼프는 이번 회의에서 '국방비 확대'라는 목표를 위해 한층 더 단호한 태도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분위기 속에 최대 의제인 국방비 지출 확대 합의는 큰 잡음 없이 채택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트럼프는 "국내총생산(GDP)의 5%를 국방비로 지출하라"고 압박해 왔다. 이는 기존 목표인 2%의 2.5배다.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은 이에 "2035년까지 직접 군사비 3.5%에 국방·안보 인프라 투자 1.5%로 5% 목표를 맞추자"며 회원 32국과 연쇄 협의를 해왔고, 대부분의 국가와 합의를 한 상태다.

뤼터 사무총장은 23일 사전 기자회견을 통해 "이번 합의로 방공 전력이 5배 증강되고 수천 대의 전차·장갑차와 수백만 발의 포탄이 확보될 것"이라며 "나토 역사상 가장 획기적인 도약(quantum leap)의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스페인이 "5%는 불합리한 목표"라며 불만을 제기하고, 벨기에·슬로바키아 등도 '증액 속도가 너무 빠르다'며 일부 예외를 요구하면서 공동성명 합의문 문구가 '우리는 약속한다'에서 '동맹국들은 약속한다'로 바뀌는 방식으로 완화된다고 로이터 등은 보도했다.

이는 합의문에 서명한 각국이 아닌, 동맹 전체가 약속하는 식으로 바꿔 특정 국가가 5% 목표를 미이행하더라도 개별국에 명확한 책임을 묻기 어렵게 만드는 것으로 해석된다. 트럼프는 이에 25일 NAC에서 국방비 지출 확대의 중요성과 이를 반드시 지켜야 함을 재차 강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이어지는 동맹국 정상들의 만남에서 확대된 국방비를 미군 주둔 비용 분담 및 미국산 무기 구입에 쓸 것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국방비 확대 압박은 나토 파트너 국가이자 미국의 아시아 내 동맹인 한국과 일본, 호주 등에도 직간접적으로 전해질 공산이 크다. 뤼터 나토 사무총장도 이날 "유럽과 아시아 안보는 더 이상 떼놓고 말할 수 없다"며 "중국과 북한이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를 지원하고 있는 만큼 IP4와 협력도 긴밀히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정상회의 기간 중 헤이그에는 각국 정상과 고위급 대표들을 경호하기 위한 '오렌지 방패(Orange Shield)' 작전이 시작됐다. 2만7000명의 경찰 인력과 1만명의 군 병력이 동원된 네덜란드 역사상 최대 규모의 보안 작전이라고 현지 매체들은 전했다. 회의장인 헤이그 월드포럼 일대는 70m 반경 내 도로가 모두 폐쇄됐다. 상공에는 F-35 전투기와 헬리콥터가 순찰을 하고, 트럼프가 묵을 것으로 예상되는 헤이그 교외 해안가의 5성급 호텔에는 최고 수준의 경계 태세가 발령됐다. 기고자 : 파리=정철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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