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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보주택에 대한 법원의 법정관리개시 여부결정이 1년1개월이라는 사법사상 이례적으로 긴 장고 끝에 이루어졌다. 결론은 기각이지만 이 결정에 대해 특별한 의미를 찾을 수 없다. 법원측도 결정문에서 밝히고 있듯이,법정관리신청 당시와는 딴판으로 이제는 한보주택이 법정관리에 들어가야할 이유가 거의 소멸됐기 때문이다.

한보주택은 작년 3월2일 수서지구 주택조합원들이 택지보상금(9백74억원)을 갚아야할 기일이 임박하자 극비리에 모든 채무가 동결되는 법정관리를 신청,법원의 재산보전처분명령을 받아냈다.

그러나 그동안 한보의 4개 거래은행들이 1백67억원의 신용대출과 1백7억원상당의 가압류 해제라는 특혜로 주택조합원보상금중 상당분을 한보대신 갚아주었기 때문에 회사존립의 최대걸림돌이 해결돼버린 상황이다.

통상 기업들은 부도 일보직전에 이르러서야 법정관리를 신청하므로 신청이 기각되면 해당회사는 파산에 들어가는 것이 일반적이다. 개인채권자들은 채권회수를 위해 민사소송을 내고 거래은행들은 담보부동산을 경매하는 절차를 밟게돼 회사는 빚잔치 를 하고 공중분해되는 것이다.

그러나 한보주택의 경우 이같은 사태에 직면할 가능성은 거의 없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주택조합원 보상금은 거래은행들과 한보철강이 작년 10월말 이전에 대신 갚아 해결이 끝난 상태다.

또 조흥은행에 대해 9백50억원의 부채가 있으나 4월 중순 등촌가양 지구의 토지보상금이 나오면 4백억원을 갚을 수 있고,나머지 부채도 개포동 장지동 용인 등지의 담보부동산(5만여평)이 있어 부채상환에는 어려움이 없다고 은행관계자는 설명하고 있다.

한보주택의 은행담보가액은 수서사건이 발생한 작년 2월 당시만해도 약 5백억원정도가 모자라는 것으로 은행자체평가 됐었으나 그사이에 부동산가격 상승분이 반영돼 전체부채액수에 거의 육박하게 됐다.

또 1백40억원에 달했던 진성어음 소지자에 대한 부채도 지금은 90억원만 남았으며,앞으로 계열사인 한보철강이 정상경영을 하는 한 이 채무도 채권단들과의 합의하에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한보측은 조흥은행이 남은 담보부동산에 대해 즉시 경매절차에 들어갈 경우 부동산값을 제대로 평가받지 못해 타격을 입을 수 있다. 그러나 은행측은 이날 "한보측이 일반채권자와 채무상환에 합의하고 은행채권상환의 유예를 요청해올 경우 타당성 및 상환능력 등을 분석한 후 대처할 것"이라며 경매절차진행을 유예해줄 수 있음을 시사,이 문제도 무난히 해결될 전망이다.

한보측은 서울민사지방법원의 기각결정이 있자 상급심인 서울고등법원에 항고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항고할 경우에는 이날의 기각결정이 상급심의 결정때까지 효력을 발생하지 않아 부도가 나거나 적색거래처로 지정되는 사태를 계속 모면하게되는 것이다.

그러나 기각결정이 상급심에서 뒤집혀진 사례는 거의 발견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한보주택의 법정관리는 일단 물건너간 것 이라는 해석이 금융계에서는 지배적이다.

법원은 한보주택에 대한 법정관리 개시여부 결정을 1년1개월간이란 장기간 동안 하지않음으로써 결과적으로 한보주택이 특혜를 입고 거뜬히 살아남을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제공했다는 지적을 면키 어렵게 됐다. <강효상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