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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세카와 게이타로는 한국에서도 유명한 평론가다. 65세. "일본경영자들만큼 순수한 자본가는 없다"고 말하는 일본식 자본주의 예찬론자다. 또 일본기술의 독자개발을 선전-홍보해온 중심인물중 한사람이고,일본의 일벌레 월급쟁이들에게 잔업의 장점을 누누이 강조해온 인물이다.

그의 또다른 별명은 지우개다. 작년 가울 창피스런 일이 있었다. 미야자와 기이치 총리가 자민당 총재에 출마했을때다. 하세카와는 "미야자와는 자기 파벌도 제대로 움켜쥐지 못했다. 출마해도 그만이겠지만 패배한 뒤 창피당하는 일밖에 없다. " 그러나 창피를 당한 쪽은 미야자와가 아니라,바로 그였다. 그 뒤 미야자와 혐오증을 곧바로 지워버린뒤,총리실 경제정책 브레인임을 은근히 과시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지우개다운 하세카와의 변신은 수없이 반복됐다. 그는 쇼와 왕을 단정한 전직 공산당원이고,일본 기술자들의 독창기술을 선전하면서 자신은 외국잡지를 불법번역해 판매하다가 제소당한 경험이 있다. 한국에 가서도 초청자와 상황에 따라 발언내용이 달랐고,최근에는 한국 비판에 열을 올리고 있다. 그러나 그는 훗날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 상황이 바뀌면 쓱 지워버리면 되니까.

또 한사람 지우개 평론가는 니시베 스스무,올 53세. 4년전 멍청이 바로들의 천국 이라며 동경대를 비판,교수직을 발길로 박차고 나왔던 개성파다. 원래 그는 동경대 재학시설 자치위원회 위원장,전학운집행위원을 지낸 운동권 출신이다. 유명한 안보투쟁 전선에서 선두에 선 좌익이었다.

거리의 투쟁가가 어느날 요코하마대 조교수를 거쳐 동경대 캠퍼스로 되돌아 왔을때는 신고전파 경제학자로 바뀌어 있었다. 그러더니 영국에 장기출장을 다녀오자,이번에는 영국의 보수주의를 예찬하며 일본어와 일본전통 일본사회 규범을 찬양했다. 그가 동경대 학풍을 진짜처럼 보이지만 위조지폐 라고 꼬집고,좌익운동 배격에 앞장선 것도 그 무렵의 일이다.

어느 독설가는 니시베의 변신을 "헤어진 여자(동경대와 좌익운동)을 팔아 먹고 사는 짓"이라고 빗댔다. 그러나 그는 최근 또 한발을 내디뎠다.

현재의 보수정당을 통폐합,보수 2당제 도입을 주장하고 국가기밀을 누설하는 언론팽창을 억제할 것을 역설중이다. 또한 지금의 왕실제도를 세속화한 미망 이라며 헌법개정까지 외치고 있다. 하세카와가 경제계에서 맡은 역할을 니시베는 정계에서 해내고 있는 셈이다.

이같은 응원덕에 정치인과 관료들은 지난 40년이상 유지해왔던 헌법해석을 하나씩 지우고 있다. 지운자국이 말끔이 없어지지 않은 자리에 자위대국제공헌 동남아번영권 대륙개발 등의 국가전략을 새로 쓰고 있다. <송희영 동경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