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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간 세금 0원(재산·소득·법인세), 금융도 지원
은퇴 창업자들 이 '특구'로 모십니다

직장인 오모(55)씨는 올해 말 정년 퇴임을 앞두고 있다. 오씨는 항공기· 자동차 부품 관련 중견 기업을 30여 년간 다녔다. 그간 익힌 기술과 쌓아 온 거래처 인맥을 활용해 내년 상반기에 관련 업종 창업을 계획 중이다. 오씨는 "아직 사업장 입지를 정하지는 못했지만, 이왕이면 세금 혜택이 크고 교통이 편한 곳에서 창업하려 한다"며 "은퇴 창업의 출발지를 제대로 잡아 성공적인 제2 인생을 시작하고 싶다"고 했다.

◇지금까지 이런 특구는 없었다

대통령 직속 지방시대위원회는 지난해 9월 부산국제금융센터(BIFC)에서 시·도지사와 지방시대위원, 기업인, 혁신도시 시민 등 약 2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지방 시대 선포식'을 개최하고 '지방 시대 비전과 전략'을 발표했다.

당시 정부는 기업의 지방 투자 확대와 일자리 창출을 위해 과감한 지원을 제공하는 '기회발전특구'를 만들어 적극 추진한다는 계획을 냈다. 기회발전특구엔 지방정부의 주도로 수립한 특구 계획에 따라 세제 감면, 규제 특례, 재정 지원, 정주 여건 개선 등 기존 특구와 차별되는 인센티브 제도를 10종 이상 도입하기로 했다. 특히 상속세, 양도세, 소득·법인세, 취득세, 재산세 등 기업 활동 전반에 걸쳐 파격적 세제 혜택을 주기로 했다.

기업의 지방 투자에 걸림돌이 되는 규제에 대한 특례를 지방정부가 직접 기획할 수 있도록 권한도 넘겨주기로 했다. 주택 특별 공급, 주택 양도세 특례 부여, 초·중·고 설립 지원 등을 통해 기업뿐 아니라 근로자들이 지방에서 일하기 좋은 정주 환경도 적극 마련할 방침이다.

기존 특구의 한계점을 극복해 보겠다는 얘기다. 그간 다양한 경제특구가 있었지만, 실제 효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중앙정부 주도로 진행된 탓에 지방의 수요가 충분히 반영되지 못했다. 특구를 만들어도 기업들이 입주하지 않거나, 특구에 제공되는 인센티브의 수준도 기대보다 한참 낮았다. 인센티브가 초기 투자 지원에 한정돼 기업의 중장기 성장을 이끌지 못한 것도 지방 부흥의 실패 원인이라고 지방시대위원회는 분석했다.

◇기회발전특구에서 창업하면 5년간 세금 면제

기회발전특구에선 사업소득세 또는 법인세, 양도소득세, 취득세, 재산세뿐만 아니라 가업 상속세를 포함하여 5가지 이상의 각종 세제 혜택을 지원하게 된다. 먼저 창업 및 신설 사업장에 대하여 사업소득세 또는 법인세를 5년 동안 100% 감면하고 이후 2년 동안은 50%를 감면한다. 창업자에 대한 세금 혜택이 매우 큰 것이다.

특구로 이전하는 기존 기업에도 세제 혜택을 준다. 기존 기업이 사업용 부동산 처분 후 특구로 이전하면 부동산 양도 차익에 대한 소득세와 법인세를 특구 내 취득 부동산의 처분 시까지 과세를 미뤄 준다. 특구로 이전하는 기업 및 신설 기업이 부동산을 취득할 경우 취득세는 100% 감면하며 재산세는 5년 동안 100% 감면하고 이후 2년 동안은 50% 감면해준다. 상속세 혜택도 준다. 상속 재산에서 빼주는 '가업 상속 공제'의 사후 관리 요건을 대폭 완화한다. 특구로 이전하는 기업에 대해 가업 상속 공제 사후 관리 요건 중 '업종 변경 제한' 및 '상속인의 대표이사 종사 의무'가 폐지된다.

◇올해 상반기부터 지정할 듯

아직 기회발전특구가 지정·고시된 곳은 없지만, 많은 지방자치단체가 계획을 수립하고 지정 신청을 했거나 신청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르면 올해 상반기부터 특구로 지정이 이뤄질 전망이다. 기회발전특구는 수도권도 가능할까? 수도권에도 인구 감소 지역과 접경 지역이 많이 있기 때문에 경기도를 포함한 수도권 지자체도 기회발전특구로 지정할 수 있게 해달라는 건의에 따라 중앙정부도 이를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방정부가 주도적으로 특구 유치를 희망하는 산업·업종·입지 등을 자율적으로 선정하고, 기업 유치에 필요한 지원 사업을 한 묶음으로 구성할 수 있다고 한다. 중앙정부는 특구에 관한 최소한의 기준을 시행령으로 마련하고, 지방정부가 조례를 통해 특구를 조성하고 운영하게 한다는 계획이다.

◇예비 창업자가 유의할 사항

예비 창업자라면 창업 희망 장소가 기회발전특구로 지정되는지 꼼꼼히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또 서비스업이나 소매업은 소비자를 대면해야 하기 때문에 입지가 매우 중요한 곳이 아니라면 기회발전특구에서 창업해 세금 등 각종 혜택을 지원받는 것을 적극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이 밖에 유의할 점은 사업소득세 또는 법인세를 5년 동안 100% 감면하고 이후 2년 동안은 50%를 감면받을 수 있지만, 한도가 있다는 점이다. 감면 한도는 투자 누계액의 50%에 상시 근로자 수당 1500만원(청년·서비스업 2000만원)을 더한 합계다. 직원도 없고 투자도 없이 맨몸으로 사업하는 '나 홀로 창업'은 소득세나 법인세 감면 혜택을 받을 수 없다.

필자가 예비 창업자들과 상담해 보니 대부분 기회발전특구에 대해서 잘 몰랐다. 정부에서도 더욱 적극적으로 홍보해야겠고, 무엇보다 이렇게 취지가 좋은 정책이 용두사미가 되지 않도록 정부와 지자체가 합심해야 한다. '대한민국 어디서나 살기 좋은 지방 시대'가 꼭 이뤄지기를 간절히 기원한다.

[그래픽] 기회발전특구의 인센티브 기고자 : 정원준 한화생명금융서비스 세무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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