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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청소기 '아이로봇' 인수 무산

세계 최대 온라인 상거래 업체인 아마존이 로봇청소기 제조 업체 '아이로봇'을 인수하려던 계획을 포기했다. 양사의 인수·합병(M&A)이 다른 로봇청소기 제조 업체를 시장에서 밀어낼 위험이 있다고 판단한 유럽연합(EU)의 반대에 부딪혔기 때문이다. 테크 업계에서는 "대규모 M&A가 더 이상 성사되기 어려운 환경이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29일(현지 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아마존이 로봇청소기 '룸바'를 만드는 아이로봇을 17억달러(약 2조 2610억원)에 인수하려던 계획을 접었다"며 "인수 계획을 발표한 지 18개월 만"이라고 보도했다. 강경한 유럽 규제 당국을 설득할 방법이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인수가 무산되며 아마존은 아이로봇 측에 계약 해지 수수료 9400만달러를 지불하게 됐다.

마르그레테 베스타게르 EU 집행위원회 부위원장은 이날 성명에서 "우리의 심층 조사에 따르면 아마존은 아이로봇 인수 후 경쟁 업체의 아마존 입점을 제한할 수 있게 된다"며 합병 반대 이유를 밝혔다. 데이비드 자폴스키 아마존 총괄 법률 자문은 "부당하고 불균형한 규제가 기업가들을 낙담하게 하고 있고, 소비자와 시장 경쟁 모두에 해를 끼친다"고 반박했다.

합병이 무산되자 아이로봇은 즉시 대규모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했다. 회사에 따르면 전체 직원 31%에 해당하는 350명이 감원 대상이고, 콜린 앵글 최고경영자(CEO) 겸 회장은 M&A 실패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자리에서 물러난다. 아이로봇은 대규모 감원에 따른 직원 직업 전환 교육 비용과 위로금으로 상반기에만 1200만~1300만달러의 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했다. 아이로봇 주가는 이날 장중 한때 15% 가깝게 폭락했다.

각국의 반독점 규제 강화로 빅테크들의 M&A는 잇따라 무산되거나 당국의 거센 반대에 부딪히고 있다. 지난해 12월 '포토샵'으로 유명한 어도비와 디자인 소프트웨어 개발사 피그마의 200억달러 규모 M&A가 EU 당국의 제재로 무산됐고, 게임 업체 액티비전 블리자드 인수에 나선 마이크로소프트는 게임 스트리밍권을 경쟁사에 판매하는 등 조건을 대거 변경해야 했다. 기고자 : 실리콘밸리=오로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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