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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익산시

지난 27일 오전 전북 익산시 미륵사지(규모 1296만㎡)에 봄을 맞아 관광객이 몰렸다. 관광객들은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미륵사지 주변에 넓게 펼쳐진 잔디밭을 산책하며 미륵사지석탑(국보 11호)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었다.

미륵사지석탑은 백제 무왕(재위 600~ 641)대에 지어졌다. 현존하는 최고(最古)·최대(最大) 석탑이다. 석탑 곁을 지키는 높이 3.95m의 당간지주(보물 236호)도 하늘로 솟아오르는 듯한 모습을 뽐낸다. 한 관광객은 "교과서에서만 봤던 미륵사지석탑을 실제로 보니 더 웅장하고 규모가 커 놀라웠다"고 말했다.

◇백제고도 관광도시 익산

문화재청은 지난 1999년부터 미륵사지석탑을 해체하고 보수를 시작해 지난 2019년 6월 작업을 마쳤다. 보수를 마친 석탑은 높이 14.5m, 너비 12.5m에 무게는 약 1830t에 달했다. 20년 만에 웅장한 모습을 드러낸 미륵사지석탑을 보기 위해 관광객 수백만명이 찾아왔다.

미륵사지 등에서 출토된 유물을 전시할 국립익산박물관도 지난 2020년 1월 문을 열었다. 미륵사지 바로 옆에 연면적 7500㎡, 전시실 면적 2100㎡ 규모로 지어졌다. 주변 경관을 해치지 않도록 지하 2층, 지상 1층으로 건립한 유적 밀착형 박물관이다.

미륵사지와 국립익산박물관이 위용을 갖추자 익산시는 '백제고도 익산, 관광도시 익산'을 선포하고 관광산업 육성에 나섰다. 미륵사지와 백제왕궁, 무왕릉 등 핵심 유적 6곳에 예산 3600억원을 투입한다. 미륵사지와 왕궁리 유적에 석탑을 제외하면 옛 건축물이 남아 있지 않다는 점을 고려해 가상현실과 증강현실, 홀로그램 등을 활용한 콘텐츠를 만들 계획이다. 시는 백제 유산 관광 산업을 통해 앞으로 5년 동안 5000억원의 경제적 파급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시는 문화재청과 함께 2023년까지 '익산세계유산 탐방거점센터'도 건립한다. 고도(古都)로 지정된 익산 금마면 동고도리 일원에 연면적 5500㎡ 규모로 세워진다. 미륵사지와 왕궁리 유적 중간쯤에 들어서는 탐방거점센터는 고도 경관을 해치지 않도록 한옥 형태로 만든다. 미륵사지석탑과 왕궁리 오층석탑(국보 289호), 당간지주 등 주요 유적과 탐방로를 따라 야간 조명 조성에도 예산 8억원을 들였다. 정헌율 익산시장은 "세계유산을 활용한 관광산업으로 익산에 다시 활기가 돌기 시작했다"며 "이제는 관광산업과 함께 경제 도시로 거듭나기 위한 정책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역화폐로 코로나 위기 극복

익산시는 지난 2020년 1월 지역화폐 '익산 多e로움(익산 다이로움)'을 출시했다. 당초 골목상권을 활성화해 지역 경제를 살리기 위해 만든 지역화폐가 코로나 위기를 극복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

최초 다이로움 발행 규모는 100억원이었다. 다이로움은 충전식 선불카드로 카드결제가 가능한 익산 지역 소상공인 매장에서 사용할 수 있다. 대형마트와 같은 대규모 점포나 기업형 슈퍼마켓, 유흥업소, 사행성 오락업소 등에서는 사용이 제한된다. 매월 다이로움 카드를 충전할 때 충전 금액의 10%가 적립되고, 충전금을 사용하면 추가로 사용한 액수의 10%를 돌려받는다. 매월 사용 금액에서 최대 20%를 돌려받을 수 있어 지역 화폐 이용자가 급증했다.

시는 올해 다이로움 발행 규모를 3000억원으로 늘렸다. 출시 3년 만에 30배 성장을 이뤄냈다. 시는 지역 내 소비를 활성화하기 위해 다이로움 지원 한도도 매월 50만원에서 2배 확대해 100만원까지 충전 가능하도록 했다. 1인당 매월 최대 20만원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익산 다이로움은 전국 최고의 지역화폐로 평가받고 있다. 전국 지자체에서 출시한 지역화폐 가운데 가장 빨리 안착한 성공사례로 꼽힌다. 지난해 행정안전부가 주관한 '지역사랑상품권 우수사례'에서 특별교부세 1억원을 인센티브로 받아 전국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

익산시민을 대상으로 한 정책 만족도 조사에서도 다이로움은 93.2%의 지지를 받았다.

정헌율 시장은 "익산 다이로움이 골목상권 지킴이 역할을 톡톡히 하는 성공사례로 꼽히면서 전국에서 익산의 사례를 배우려는 움직임이 늘어나는 추세다"며 "이미 입증된 익산 다이로움의 경제효과를 토대로 이를 더욱 극대화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 명실상부한 지역의 대표 경제 정책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하겠다"고 말했다.

◇4000억원 규모 '익산형 일자리' 본격화

익산시는 4000억원이 투입되는 '익산형 일자리' 사업을 추진해 지역의 대표 산업인 농업과 식품 분야 생태계 전반을 강화한다. 시는 익산형 일자리를 구상하면서 자동차 등 제조업을 기반으로 만든 기존 상생형 일자리와 차별화 전략을 세웠다.

전국에서 유일하게 농업과 식품이 결합된 '농식품 상생형 일자리'를 만들어 참여 기업뿐 아니라 농가 이익도 보장되는 구조를 만들겠다는 게 익산시의 구상이다.

익산형 일자리 사업엔 국내 최대 식품산업 메카인 국가식품클러스터와 지역 향토 대기업 하림 등이 참여한다. 하림그룹(하림푸드, 하림산업, HS푸드)은 국가식품클러스터와 익산 제4산업단지에 5년간 3773억원을 투자해 630명의 신규 일자리를 창출한다. 하림푸드의 경우 올해 2000억원의 대규모 투자를 통해 국가식품클러스터에 5만3000여㎡ 규모의 공장을 건립하고 230명을 고용할 계획이다.

국가식품클러스터에 입주해 있는 식품기업 19곳은 협력 기업으로 참여한다. 이들 기업은 현재 10~30%에 불과한 지역 농산물 사용 비중을 오는 2030년에는 60%까지 대폭 확대할 계획이다. 익산시 관계자는 "식품 기업들은 농산물의 안정적인 수급을 도모할 수 있고 지역 농가는 고정적인 판로가 생기기 때문에 서로 상생할 수 있는 구조"라며 "앞으로 사업 확장 여부에 따라 협력 기업은 늘어날 전망이다"고 말했다.

익산시는 기업의 경영 안정화와 정주 여건 개선, 식품산업 활성화를 위한 인프라를 지원하는 등 이번 사업이 원활하게 추진될 수 있도록 컨트롤타워를 맡는다. 정헌율 시장은 "일자리 사업이 성공적으로 추진되면 대규모 일자리 창출로 지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지역 농산물의 판매망을 전 세계적으로 넓힐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기고자 : 김정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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