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종이신문보기

2년물 국채 2.39%, 10년물 추월… 2년반 만에 처음

미국에서 2년 6개월 만에 장·단기 국채 금리가 역전되는 현상이 나타났다. 29일(현지 시각)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이날 2년물 국채 금리가 10년물 금리보다 높아졌다. 미국 월가에서는 오랫동안 장·단기 금리 역전을 경기 침체가 다가온다는 신호로 여겨왔다. 그러나 금리 역전을 더 이상 경기 하락의 전조로 보기 어렵다는 반론도 제기되면서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이날 금리 역전 소식에도 불구하고 뉴욕 증시에서 나스닥지수는 1.84%, 다우평균은 0.97% 상승했다.

◇2년 6개월 만에 금리 역전

이날 오후 한때 뉴욕 채권시장에서 국채 10년물과 2년물 금리가 둘 다 연 2.39%대에서 혼조세를 보이는 가운데 잠시 역전됐다. 2년물 금리가 미세하게 더 높은 현상이 수초간 이어졌다. 10년물보다 2년물 금리가 높은 건 2019년 9월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1년 전만 하더라도 10년물 금리가 1.5%포인트쯤 높았지만 빠르게 차이가 좁혀졌다.

미국 국채 가운데 10년물은 글로벌 시장 금리를 대표하며, 2년물은 연방준비제도(연준)의 통화정책을 바로 반영하는 특성이 있다. 각각 장·단기 금리를 대표한다.

현지 시각 30일 새벽에도 2년물은 연 2.32%대, 10년물은 연 2.36%대로서 10년물이 다시 높아지긴 했지만 차이는 0.05%포인트 이내였다. 앞서 지난 28일에는 미 국채 30년물이 연 2.55%로 떨어지고, 5년물 금리가 연 2.56%로 오르며 2006년 이후 16년 만에 처음 뒤집혔다.

채권은 보통 만기가 길수록 금리가 높다. 돈을 오랫동안 빌려주면 불확실성이 커서 더 높은 금리를 받는 게 자연스럽기 때문이다. 그러나 경기가 조만간 나빠질 것이라는 위기감이 확산되면 불안해진 투자자들이 장기 채권 투자에 몰리게 된다. 그러면 장기 채권의 가격 상승(금리 하락)으로 이어져 장기 채권 금리가 단기 채권 금리보다 낮아질 수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에 따르면, 과거 미국의 13차례 경기 침체 가운데 10차례가 금리 역전 이후 찾아와 경기 풍향계로서 역할을 했다. 조 마님보 웨스턴유니언 선임시장분석가는 "연준의 긴축이 연착륙하지 못할 것이라는 시장의 긴장감이 반영돼 금리 역전이 나타났다"고 했다. 국내에서도 30일 국고채 10년물과 3년물의 금리 차이가 0.27%포인트를 기록, 0.43%포인트 차이였던 2월 말보다 좁혀졌다.

◇10년물과 3개월물 금리 차이는 벌어져

장·단기 금리 역전 현상이 나타났다고 반드시 경기 침체가 다가온다고 할 수는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이 즉시 반영되는 2년물 금리가 빠르게 오른 것 이상의 의미를 부여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스테퍼니 로스 JP모건 이코노미스트는 인터뷰를 통해 "투자자들이 장기 전망을 걱정하고 있다는 정도일 뿐 침체가 다가온다는 의미는 아닐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은행의 분석에 따르면, 금리 역전 후 경기 침체는 미국에서 자주 나타났을 뿐 일본·호주·영국에서는 이렇다 할 상관관계가 없었다. 공동락 대신증권 채권팀장은 "과거 미국의 금리 역전은 금리 하락기에 벌어진 경우도 많기 때문에 금리 인상기인 지금과 상황이 다르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연준은 지난 25일 '두려워 말라. (채권) 수익률 곡선. 반복'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홈페이지에 올려 시장 달래기에 나섰다. '10년물과 2년물의 금리 차이에 대한 과거의 사례가 과도하게 관심을 받고 있지만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는 게 보고서의 주된 내용이다.

요즘 월가에서는 경기 변동성 주기가 짧아지고 있어 10년물과 3개월물의 금리 차이를 비교해야 현실을 반영할 수 있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10년물과 2년물 비교가 더 이상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29일 기준으로 10년물과 3개월물의 금리 차이는 1.75%포인트 안팎이며 최근 갈수록 벌어지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한은 관계자는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연준이 양적 완화를 실시해 직접 채권을 대량 매입한 결과 장기 국채 금리가 오랫동안 낮은 상태로 억눌려 있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고 했다.

다만 시간을 넉넉히 두고 금리 역전과 경기와의 관계를 관찰해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전문가들을 인용해 "금리 역전이 벌어진 다음 침체로 연결되기까지 길면 2년이 걸릴 수도 있다"고 했다.

[그래픽] 미국 국채 10년물과 2년물 금리 차이 기고자 : 손진석 기자
본문자수 : 2208
표/그림/사진 유무 : 있음
웹편집 :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