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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한 유치원에서 만 3세 12명을 맡고 있는 교사 유모(35)씨는 요즘 거의 매일같이 5분 만에 점심을 먹는다. 점심시간이 50분인데, 아이들 체온을 잰 뒤 책상을 소독해주고 혼자 식사할 수 있게 가림막을 설치한 뒤 배식하는 게 원칙이라서다. 아이들에게 식사할 때 대화를 하지 말라고 주의까지 주다 보면 50분이 훌쩍 지나간다고 한다. 그는 "요즘 유치원 교사가 가장 많이 앓는 질환 중 하나가 소화불량"이라며 "화장실을 제때 못 가 방광염 걸리는 선생님도 많다"고 했다.

오미크론 변이 유행 속 확진자가 늘어나면서 국공립 유치원 교사들이 각종 코로나 방역 조치에 아이까지 돌보느라 업무가 너무 몰린다고 호소하고 있다. 특히 교사 1인당 학생 수가 훨씬 많은 수도권과 대도시 국공립 유치원에서 이런 문제가 더 불거지고 있다. 서울의 경우 국공립 유치원의 학급당 정원은 만 3~5세 반 기준 각각 16명, 22명, 24명으로 초등학교와 비슷하다. 만 5세 학급 24명을 담당하는 김모(32)씨도 "코로나 거리 두기로 점심을 먹은 후 1명씩 차례로 양치질을 해야 하는데, 그러다 보면 내가 식사를 할 시간도 없다"고 했다.

서울의 한 국공립 유치원 교사 오모(33)씨는 만 4세 반을 맡고 있는데 반에 아이가 21명이나 있다. 그는 일주일에 두 번씩 학부모 21명에게 연락을 돌린다. 반 아이들이 매주 2차례씩 자가 진단 키트 검사를 해서 모두 음성이 나와야 등원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등원한 후에는 21명의 체온을 일일이 재고, 세면대로 차례로 보내 손도 씻게 가르쳐야 한다고 했다. 오씨는 "어떤 날은 율동을 가르치면서 눈으로는 손 씻는 아이들을 지켜보느라 정신 없는 아침을 보낸다"면서 "가뜩이나 한 반에 아이들 수가 많은데 코로나 업무까지 더해져 화장실 갈 시간도 없다"고 했다.

학교와 달리 국공립 유치원엔 코로나 관련 업무를 지원해 줄 보건 교사나 행정 교사도 따로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교사뿐만 아니라 학부모 사이에서도 돌봄이나 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까 우려가 크다.

수도권이나 대도시의 교육청도 이런 문제를 파악하고는 있다. 경기도 교육청 관계자는 "유치원에서 일하는 보건 교사 수를 늘려달라고 요청하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교육부는 "계속 출산율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교사 수를 무작정 늘리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기고자 : 신현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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