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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근기자

수십번도 더 벗겨진 흐릿한 페인트, 노인의 가래 끓는 듯한 엔진소리, 산길을 달릴때마다 덜컹거리는 문짝. 경기도 남양주시 김영관씨(김영관·46·운수업)가 몰고있는 42년식 gmc트럭(6기통 디젤엔진)에는 곳곳에 험한 세월이 배어있다.

『험한 고개, 산길 가리지 않고 달리며 27년 함께 고생했으니 「이놈」은 저의 분신이나 다름없죠. 』

김씨는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고향 충남 금산에서 상경, 트럭조수로 일하다가 19살때부터 운전을 시작해 트럭과 청춘을 함께 보냈다.

60-70년대 전국의 개발현장을 누비던 이 트럭은 원래 미군용으로 나왔다가 민간에 불하된 것.

『한창 아파트 등을 지을때 서울역, 강남 등을 줄지어 달리던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이젠 교통난때문에 서울진입을 못하지요. 』

김씨가 요새 일하는 곳은 경기도의 한 골프장 공사현장. 이제 전국에서 50여대만 남은 gmc트럭을 보려면 이처럼 산속 깊은 곳 말고는 없다.

그러나 워낙 엔진힘이 좋아 최신 대형트럭도 다니지 못하는 가파른 길을 거뜬히 넘으며 험한 공사현장에서 「최전방 공격수」 역할을 맡고있다.

『은퇴해야 할 시기를 놓치고 궁상을 떨다가 산으로 쫓겨온 꼴이죠. 』

김씨는 워낙 속도를 낼 일이 없어 1-2단 기어외에는 거의 사용해본 기억이 없다. 그러나 마음먹으면 5단에서 시속 80km는 문제없다는 것.

김씨는 『젊은 사람들이 털렁거리는 트럭을 몰려고 하지 않아 이 차도 기억에서 사라질것』이라며 안타까워 하지만 본인도 계속 운전할 뜻은 없다고 했다. 너무 힘들다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