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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기사 이창호 5단(17)과 유창혁5단(26)이 29일 프로기사로서는 처음으로 컴퓨터통신망을 통한 원거리 속기바둑대결을 벌였다.

지난해말 정보통신회사인 ketel과 합쳐 새로 창립한 (주)한국 pc통신이 대국료 8백만원(승자 5백만원)을 걸고 주최한 이날 바둑은 양 대국자가 자신들의 집에서 편안하게 앉아 바둑판 대신 컴퓨터 앞에서 불꽃튀는 라이벌 대결 을 벌여 일요일 낮 바둑팬들과 컴퓨터통신 가입자들을 컴퓨터앞에 묶어 놓았다. 5시간반만에 끝난 이날 대국은 유5단의 1집반승리.

낮 1시40분쯤 연장자인 유5단이 1에서 1백까지의 숫자중 14를 고르고 홀수인 1을 선택,홀짝을 맞추지 못한 이 5단이 백을 쥐었다. 바둑판과 바둑알이 없어 홀짝수 선택으로 흑백을 가린것.

서울 노원구 공릉동 현대아파트 집 안방에서 간편한 트레이닝차림으로 컴퓨터화면 앞에 앉은 유 5단이 우하귀 화점에 첫수를 놓았다. 이어 이 5단도 전주시 중앙동 자택에서 빨간 점퍼차림으로 바둑판대신 컴퓨터앞에 앉아 키보드를 조심스럽게 조작해 한점한점 신중히-착수했다. 컴퓨터의 키보드를 잘못조작해 엉뚱한 곳에 두면 물릴수가 없기 때문.

"유5단이 마이웨이 를 외치고 중앙으로 한칸 뛰었습니다. " 두 대국자가 한점씩 착점할때마다 김수영 6단이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있는 한국 pc통신 사무실에서 특유의 유머섞인 즉석해설을 곁들여 컴퓨터 화면에 입력했고,pc통신망 가입자들은 집에서 컴퓨터로 이 중계를 보며 바둑을 관전했다.

김6단은 "유 5단은 어머니가 내온 과자와 커피를 마시며 여유있게 대국하고 있고,이 5단도 어머니가 유자차를 내와 마시며 두라 고 어깨를 두드려 격려하는 등 어머니들의 격려전도 치열합니다"라고 대국장풍경까지 전했다.

주최측은 두 대국자가 바둑판으로 두는 것과 같은 기분을 느낄 수 있도록 양쪽집에 컴퓨터와 바둑판 크기의 20인치 컬러모니터를 설치했다. 주최측은 두 기사가 컴퓨터화면에 익숙하지 않은 점을 고려,컴퓨터옆에 실제 바둑판을 갖다 놓았으나 두 사람은 1시간쯤 지나자 화면에 익숙해진 듯 바둑판은 제쳐둔채 화면을 보며 수읽기에 열중했다. 오후 3시40분부터 20분동아 마련된 휴식시간에 집밖에 나가 바람을 쐬고 온 이 5단은 "컴퓨터로 먼곳에 있는 사람과 바둑을 둬 편리하지만 상대방의 얼굴을 볼 수 없어 기를 느끼지 못해 아쉽다"고 했고, 유 5단도 "처음엔 어색했으나 두다 보니 익숙해졌다"고 말했다.

유 5단과 이 5단은 모두 컴퓨터 전자오락을 좋아하고 컴퓨터를 이용한 바둑묘수풀이에 익숙해있어 처음 시도인 프로기사 컴퓨터 통신 대국자로 선정됐다.

주최측은 "이날 1천2백회선을 통해 최소한 3천여명이 관전했으며 잠시 관전하거나 복수관전자를 감안하면 그 숫자는 훨씬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홍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