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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방장이 사라진다. 식당조리실 한 구석에서 로봇이 초밥을 척척 말아내고,다른쪽에서는 앳된 대학생들이 전문가 뺨치게 국수를 삶고 회를 썰어낸다. 외식문화가 정착하면서 맛있는 집을 찾는 발길이 늘어가고 그럴수록 솜씨좋은 주방장에 대한 수요는 높아진다.

고임금-인력난 영향

자연히 주방장 인력난도 심해져 10년 경력에 유능한 주방장 월급이 1백80~2백만원으로 웬만한 회사 중역 뺨치지만,그나마 귀해서 일하던 주방장이 직장을 옮기기라도 하면 그 식당은 그날로 개점휴업이다.

더구나 주방일은 젊은이들이 꺼리는 이른바 3d 업종이어서 인력기반부터가 취약하다.

세계 공통적인 주방장난 타개책으로 미국 일본에는 이미 주방장 없는 식당 이 뿌리를 내렸으며,국내에도 기반을 넓히고 있다. 지난달 서울 영등포에 문을 연 해물음식점 동가. 원양업체 동원산업이 야심작으로 내놓은 식당체인 1호점이다.

생선초밥 덮밥 구이 무침 도시락 등 모두 32가지 메뉴를 갖춘 이 식당에는 주방장이 없다.

상근인원은 점장과 부점장 뿐,나머지 직원 15명 모두가 아르바이트 대학생이나 가정주부로 이들이 조리와 서비스를 도맡는다.

유능한 주방장이야 수년동안 쌓은 감각으로 맛을 정하지만,아르바이트생들은 정해진만큼 양념을 하고,기계에서 삑 소리가 나면 국수를 건져내는 등 미리 마련된 작업지시표에 따라 일을 한다.

아르바이트생이 요리

횟감을 얇게 써는 것도 숙련된 기술이 필요 하지만 도마위에 설치된 자에 맞춰 회를 썰도록 돼있어 모양이 일그러지는 일이 없다.

이 식당의 또 하나 자랑거리는 일본에서 들여온 초밥 자동제조기. 한시간에 초밥 1천2백개,김밥 2백80개를 만들어내는 이 로봇은 밥을 뭉쳐 생선조각을 붙이고 김으로 감싸는 일련의 동작을 혼자 해낸다.

일본 스즈모사로부터 대당 1백80만엔에 도입한 로봇은 현재 일본에만 1만대 이상 보급됐으며,미국 홍콩 대만 싱가포르의 일식당에서도 일하고 있다.

주방장없이 초심자들이 음식을 조리하는 방법은 이미 대부분 패스트푸드 체인들이 오래전부터 채용하고 있으며,최근 급속히 늘어난 가맹점 형태의 음식점도 마찬가지이다.

삼립식품이 지난해 시작한 우동체인 방방곡곡 은 면과 국물을 모두 본사에서 반제품 상태로 공급한다.

꼬리곰탕 체인점까지

가맹점에서는 국물을 끊이는 정도의 수고 만 하면 된다. 주방요원의 교육은 5일 정도로 충분하다.

꼬리곰탕 체인점 꼬리꼬리 의 경우도 완성된 음식을 진공포장(레토르트) 형태로 공급하고 있어 라면을 끊일 수 있을 정도의 실력 만 있으면 누구나 주방일을 볼 수 있다.

동원산업 김헌희 외식사업 본부장은 "식당 체인의 경우 모든 지점이 일정한 맛을 유지해야 하므로 작업을 표준화시키지 않을 수 없다"며 "인력난에 따라 주방업무 기계화가 앞으로 더욱 활성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영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