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록스타 바카르추크, 중위로 입대… 오데사 등 10도시 돌며 노래 불러

스뱌토슬라프 바카르추크(47)는 우크라이나의 '국민 가수'다. 2005년 자국 경연 프로그램 '누가 백만장자가 되길 원하는가'에서 우승하며 스타덤에 오른 그는 상금 100만 흐리우냐(약 4200만원)를 모두 고아원에 기부해 더욱 화제를 모았다. 그가 리더인 록그룹 '오케안 엘지(Okean Elzy)'는 2014년 키이우 올림피스키 스타디움에서 7만5000명을 동원하며 우크라이나 역대 콘서트 최다 관객 기록을 세웠다.

바카르추크는 원래 새 앨범을 발표하고 4월부터 월드 투어에 나설 예정이었다. 하지만 그는 지금 우크라이나 전장 한복판에 있다.

러시아가 조국을 침공하자 바카르추크는 수도 키이우에 있던 가족을 대피시키고 곧바로 입대해 영토방위군 중위가 됐다. 우크라이나 남동부 도시인 자포리자로 간 그는 한 병원에서 부상당한 병사들로부터 노래를 불러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러시아군의 눈에 띄지 않게 위장 물체 등으로 둘러싼 병원 앞마당에서 미니 콘서트가 펼쳐졌다.

바카르추크는 "생전 처음 200~300명 앞에서 반주 없이 공연했는데 잊지 못할 감동이 밀려왔다"며 "전쟁터에서 내가 할 일을 깨달았고, 계속 노래를 하자고 마음을 먹었다"고 했다.

바카르추크는 러시아 해군이 포격을 가한 오데사에서도 마이크를 잡았다. 르비우 중앙역과 하르키우 지하 방공호도 그의 소중한 무대가 됐다. 군인과 피란민들 앞에서 바카르추크가 꼭 부르는 노래가 고향 르비우를 떠올리며 작년에 쓴 '봄의 도시'다. '당신에게 소중한 것은 르비우에선 쉽게 죽지 않아'란 가사가 마치 현재의 비극을 말해주는 것 같아 애틋함을 더한다. 영국 가디언은 "우크라이나의 록스타가 10개 도시에서 공연하며 사람들에게 지옥을 헤쳐갈 용기를 주었다. 이는 역대 가장 위험한 록 투어로 기록될 것"이라고 전했다.

바카르추크는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 이후 러시아에서 음악 활동을 거부하는 등 그동안 정치적인 목소리를 내는 데 주저함이 없었다. 2019년 대선 당시엔 우크라이나 국민 3분의 2가량이 바카르추크의 출마를 원했지만, 후보로 나서진 않았다. 대신 우크라이나 국민의 이익을 우선하겠다며 '홀로스(목소리)'란 당을 만들어 총선에서 5.82%의 의미 있는 지지율을 얻었다.

바카르추크는 생후 9개월 된 아들 이반이 피란을 떠나며 맡긴 장난감 자동차를 부적처럼 몸에 지닌 채 전장을 누비고 있다. 외신 인터뷰에도 적극적으로 나서며 전쟁의 참상을 알리는 그는 "우리는 이길 것이고, 다시 우리의 터전을 재건할 것이다. 무엇보다 이 일을 절대 잊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고자 : 장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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